“인공혈액 시대 멀지만 가야할 길… 정부 지원 뒷받침돼야”

기사승인 2023-05-29 06: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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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혈액 시대 멀지만 가야할 길… 정부 지원 뒷받침돼야”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는 이미 ‘피 부족 국가’에 진입했다. 병원들은 만성적인 혈액 부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상황은 더 나빠졌다.” 

지난 26일 엄태현 대한수혈학회 이사장(일산백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이 같이 전했다. 엄 이사장의 말처럼 대한민국은 피가 부족하다. 주로 헌혈하는 젊은 인구가 감소하고 반대로 수혈을 필요로 하는 노인 인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헌혈 건수는 264만9007건으로 2018년(288만3270건) 대비 8.8% 감소했다. 

모자란 혈액을 채우기 위해 정부가 올해 인공혈액 개발에 착수한 가운데, 바이오기업들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하지만 개발부터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기업들은 인공혈액 연구개발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줄기세포 분화’ 중심 인공혈액 개발…“독성 우려 없고 대량생산 가능”

국내 대표적인 인공혈액 개발 기업은 레드진과 입셀이다. 이들 기업은 주로 ‘줄기세포 분화’ 방식에 주목한다. 기존에 이뤄진 ‘산소 운반체’ 방식은 알레르기, 뇌졸중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면서 임상시험 3상에서 실패했다는 보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레드진의 경우 유전자 편집 기술과 줄기세포 기술을 활용해 혈액을 개발 중이다. 박갑주 레드진 대표이사는 “인공혈액은 혈액 부족을 해소하는 최고의 대안이 될 것”이라며 “인공혈액은 기존 헌혈 혈액의 유효기간인 35일보다 120일 정도 더 길게 보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독성과 경제성의 문제로 상용화에 실패한 기존 과불화탄소·헤모글로빈 기반의 산소운반체 물질과는 달리 줄기세포 기반 인공혈액은 독성에 대한 우려가 없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는다”라고 소개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치료제를 개발하던 입셀도 최근 대웅제약과 인공혈액 공동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입셀 관계자는 “인공혈액 상용화를 위해서 만능 공혈자(Rh-O형) 유래 세포주 확보와 탈핵 기술 개발, 대량 생산 공정 구축, 비용 절감, 인허가 규제 가이드라인 확립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고 했다.

이어 “입셀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혈액병원, 제대혈은행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Rh-O형 같은 희귀 혈액형 샘플을 마련해 모든 인구에게 공급 가능한 인공혈액 생산을 위한 ‘유도만능줄기세포주’ 확보부터 준비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량생산까지 먼 길… 기술·사업 역량에 대한 지원 필요”

인공혈액 개발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업계는 규제 개선과 대량 생산시설 구축, 경제성 확보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입셀 관계자는 “영국, 싱가포르 등 몇몇 나라들이 인공혈액 연구 결과를 보여주고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아직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임상 등급 수준의 인공혈액 생산을 위해서는 핵심 기반 기술과 안전성·유효성 평가, 인허가 규제 해소 등 부족한 부분들이 많다”고 했다.

박갑주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인공혈액 임상시험 데이터가 많이 확보돼 있지 않은 상태다. 추후 상용화를 위한 임상시험과 규제 업무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량 생산시설 확보와 그에 맞는 인력을 충원하는 부분도 상용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 대표는 “이달 진주시와 공장 건설부지 확보를 위한 MOU를 체결하는 한편,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이 가능한 인천 소재 바이오 기업들과 대량생산을 위한 스케일업(scale-up)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 내 인재를 채용해 인력을 보강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기업들은 인공혈액 연구개발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박 대표는 “인공혈액 임상시험과 상용화를 위해 정부의 선제적인 규제 개선 검토, 국·공립병원과의 임상시험 연계 지원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기술 사업화 역량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적인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엄태현 이사장도 갈 길은 멀고 상당한 연구비가 드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이 이어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줄기세포 배양 혈액세포는 현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계이며, 실제 헌혈 혈액을 대신해 대량 생산하는 것은 기술적·경제적 측면에서 가야할 길이 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헌혈 혈액을 대신할 정도로 인공혈액을 대량 생산하려면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생산에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실제 환자에게 투여했을 때 단기적·장기적 안전성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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