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없으면 결혼도 어려워”…점점 오르는 보증 인원 [요즘 신혼부부⑧]

기사승인 2023-10-19 06: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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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없으면 결혼도 어려워”…점점 오르는 보증 인원 [요즘 신혼부부⑧]
스몰 웨딩 예식장 소개 사진. 위호텔제주

“‘보증 인원 안 맞아도 원하는 예식장’과 ‘보증 인원 맞는 예식장’ 중 어디로 결정해야 할까요?”

최근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예식장 보증 인원이 올라 부담이 크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국내 예식장들은 인원에 맞게 음식을 준비하기 위해 예상 하객 수를 파악하고자 사전에 ‘보증인원’을 정한다. 서울에서 토요일 점심시간(오후 12~2시) 예식을 진행할 경우 250~300명 정도로 보증 인원을 정해야 한다. 이는 코로나19 기간 이전 150명대였던 것에서 2배로 오른 수준이다. 최근 서울 강남지역에선 기본 하객 300여명 이상을 받는 곳도 생기고 있다.

보증 인원은 다 채우지 못해도 비용은 그대로다. 계약된 인원만큼 식사를 준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평균 식대가 5만원이면 예상한 하객보다 50명이 적게 올 경우 약 250만원의 불필요한 지출이 나가는 셈이다. 최근 예식장 평균 식대가 5~8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불필요한 지출이 40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보증 인원이 높아질수록 결혼 비용이 증가하는 셈이다.

“친구 없는 사람은 어떻게 결혼하나요”

예비부부들은 보증 인원이 너무 높다고 비판하는 분위기다. 내년 겨울 결혼을 준비 중인 김모씨는 “지방에서 손님이 와서 서울 강남지역 예식장에서 결혼하길 희망한다”라며 “점심시간 예식 기준 기본 보증 인원이 300~350명이다. 보증 인원을 낮추려면 시간대를 오후로 변경해야 하지만, 지방 하객 때문에 오후 2시 이전엔 예식을 해야 해서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결혼을 계획 중인 박모씨도 “보증 인원 300명은 너무 많다”라며 “친구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살겠냐”라며 꼬집었다.

예비부부들은 자신이 생각한 보증 인원에 맞는 예식장과 보증 인원이 맞지 않아도 원하는 예식장 중 어느 곳에서 계약할지 고민한다. 결혼 관련 한 온라인 카페엔 ‘예식장 보증 인원보다 하객이 적은데 계약할지, 다른 곳을 찾을지’ 묻는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예상 하객은 170여명인데 기준 보증 인원이 200명”이라며 “다른 예식장을 찾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적었다. 댓글엔 “비수기면 150명에 맞춰주는 곳도 있지만 200명 이하로는 잘 없다. 그냥 하는 게 좋을 거 같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인기가 많은 ‘성수기 황금 시간대’를 피하면, 보증 인원을 낮출 수 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A 예식장에서 토요일 오후 12시30분에 예식을 진행하면, 보증 인원은 300명이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3시30분은 보증 인원 250명, 오후 5시는 200명으로 크게 줄었다.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B 예식장도 토요일 점심시간 기준 보증 인원은 250명이지만, 오후 5시는 150명이었다.

규모는 스몰, 비용은 No 스몰

이처럼 많은 부부가 많은 인원을 보증하면서까지 무리해서 예식장을 정하는 이유가 있다. 스몰 웨딩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예식장을 선택하면 규모가 작아서 빈약해 보이거나, 일반 예식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2025년 스몰 웨딩을 계획 중인 C씨는 “최소 보증 인원 150명에 식대 6만원, 기획비는 700~800만원으로 일반 예식장보다 비용이 더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D씨는 “스몰 웨딩을 알아봤더니 기본 식대가 10만원 이상이었다”라며 “스몰 웨딩 100명과 일반 웨딩 250명이 결국 비슷하다”라고 푸념했다.

스몰 웨딩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서초구 E 예식장의 견적은 750~900만원 정도다. 대관료엔 최소 보증 인원 70명에 맞춘 식대와 꽃장식 등 웨딩연출비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하객수 70명인 점을 생각하면, 하객수 200명 이상인 평균 결혼식 비용 1390만원(듀오 ‘2023 결혼비용 보고서’) 보다 저렴하다고 볼 수 없다.

스몰 웨딩 전문 예식장 수가 일반 예식장보다 적은 점도 문제다. 웨딩 포털 사이트 아이홀에 따르면, 전국 예식장 중 보증 인원 200~399명인 곳은 총 432곳이지만, 100명 이하인 곳은 120곳뿐이다. 지방에서 스몰 웨딩을 하긴 더 어렵다. 100명 이하 예식이 가능한 120곳 중 64곳은 서울, 31곳은 경기도에 있다. 스몰 웨딩이 가능한 예식장 79%가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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