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55년만에 윤리위 제소당해

국회의장 55년만에 윤리위 제소당해

기사승인 2009-03-05 21:36:03


[쿠키 정치] 입법부 수장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를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했다.

민주당은 5일 김형오 국회의장이 2월 임시국회 본회의를 무단으로 취소한 것 등을 이유로 국회에 윤리심사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의장측은 "귀모토각(龜毛兎角·거북이의 털과 토끼의 뿔)과 같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대화정치가 실종돼 중재 차원에서 한 일을 갖고 민주당이 과잉대응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징계요구를 받은 것은 1954년 이기붕 국회의장이 사사오입 개헌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야당에 의해 징계동의안이 제출된 이후 55년 만의 일이다.

윤리위 심사결과에서는 최대 제명까지 할 수 있지만, 현재 윤리위가 위원장을 포함해 한나라당 의원 8명에, 야당 의원이 7명이어서 심사요구가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심사요구서 제출 사실만으로도 역사에 기록이 남아 김 의장으로선 오점을 남기게 됐다.

민주당은 3가지 이유를 들어 제소했다. 우선 김 의장이 지난달 27일 예정된 본회의를 취소한 일을 들었다. 또 같은 날 민주당 국회의원과 보좌진 출입을 통제한 행위를 들었다. 민주당은 두 행위가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 제3조(공정의 의무)를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난 2일 김 의장이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 회동을 가진 뒤 전날 밤 도출된 여야 잠정합의안을 파기한 것도 국회법 제20조 국회의장의 당적보유 금지규정 취지를 위배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사요구서가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의장이 윤리위에 회부토록 돼 있어, 경우에 따라 김 국회의장이 직접 자신에 대한 심사요구서를 회부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오전의 고위정책회의에서 "국회의장이 국회법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한나라당의 하수인처럼 행동했다"며 "이날 중 사과하지 않으면 윤리위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국회의장측은 사과요구를 거부했다. 대신 야당이 제소까지 한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고성학 국회의장 정무수석은 "민주당이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고 국회의장 제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나라당의 불참으로 표결 정족수가 안 될 것 같아 본회의를 취소했고, 한나라당 최고위원단과의 면담도 파국을 막기 위한 조치였는데 제소할 만한 일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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