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대 때도 비슷한 법안이 제출됐으나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과 법조계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유례드문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해 여야 의원 87명이 공동발의에 참여, 이전보다는 법안 통과에 조금 더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신학용 의원이 대표발의해 12일 국회에 제출된 법무사법 개정안 및 소액사건 심판법 개정안은 소액 민사사건에 대해 변호사뿐 아니라 법무사도 1심 법원에서의 소송, 제소 전 화해절차 등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원이 규정한 소액 민사사건은 소가(訴價) 2000만원 이하의 사건으로, 2007년 기준 제1심 민사 본안사건 가운데 74%의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신 의원에 따르면 우리와 비슷한 법체계의 일본의 경우 사법서사(우리의 법무사에 해당)에게 민사 소액사건 소송대리를 일찌감치 허용했고, 법률가가 변호사밖에 없는 미국을 제외한 법률가 직군이 2개 이상인 나라 대부분에서 소송대리권을 분점하고 있다.
신 의원은 “소가(訴價) 1000만원대의 민사 사건인 경우에도 변호사 수임료가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500만원 정도로 형성돼 있어 오히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라며 “법무사에게 소액 사건을 대리하게 할 경우 100만원 이하로 수임료를 낮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최근 소액사건에서 나홀로 소송이 늘어난 것도 수임료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야 의원들은 이와 함께 전국에 고루 분포된 법무사(6000여명)가 소송 대리인으로 활동할 경우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무변촌(無辯村 변호사가 없는 지역) 사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변호사들의 이해와 직결돼 있어 이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법안이 처리되기 위해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야 하지만, 법사위 소속 의원들 다수가 변호사 출신이어서 이들이 개정에 동의해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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