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사과] 치명상 피하려 자진신고한듯

[노무현 사과] 치명상 피하려 자진신고한듯

기사승인 2009-04-07 21: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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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노무현 전 대통령이 7일 권양숙 여사의 금품수수 사실을 사과문을 통해 '자진신고'한 것은 검찰의 수사망이 봉하마을 문턱까지 좁혀지자 불가피한 선택을 한 보인다. 어차피 드러날 사실이라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터져나오는 것보다 먼저 털어놓는 게 도덕적인 비난이 덜할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박연차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전격 체포된 지 8시간 뒤인 오후 4시에 사과문을 올렸다. 시간이 문제일 뿐,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관련 사실이 알려질 게 뻔해진 상황에서 더 이상 묻어두기 어려워진 상황이었다.

특히 검찰이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창구로 지목된 홍콩 현지법인 APC의 연결계좌 일체를 홍콩 사법당국으로부터 제출받으면서 봉하마을에 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상황도 의식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자신의 가족 문제로 측근 인사들이 검찰 조사를 받는 데 대한 죄책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을 체포한데 이어, 노 전 대통령의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에 대해서도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황이었다. 노 전 대통령도 사과문을 내면서 "혹시나 싶어 미리 사실을 밝힌다"며 "혹시 정 전 비서관이 자신이 한 일로 진술하지 않았는 지 걱정"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현 정권이 보여준 태도나 검찰의 강력한 수사 의지로 볼때 전직 대통령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비리를 눈감아주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을 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더이상 '협상'이나 '무마'가 불가능해진 이상 먼저 털고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아울러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둘러싼 의혹이 계속 터져나오자 '검찰 조사 카드'를 내세워 정면돌파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 특유의 예상 밖 승부수로 현 정권에 모종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거나, '시위' 차원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혐의 자체가 워낙 명백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느꼈을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도 권 여사가 받은 돈에 대해 "응분의 법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혀 문제가 있는 돈 거래임을 시인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이 권 여사 돈에 대한 언급을 마치면서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재차 밝힌 대목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의 한 고위 인사도 "'응분'이라는 말이 걸린다"며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반면 노 전 대통령이 조카사위가 받은 돈에 대해서는 "실제로 투자가 이뤄졌다"고 적극 해명하고 나선 것은 최근 일련의 비리 의혹의 전부가 사실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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