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이 지난해 '박연차 구명 대책회의'를 가진 며칠 뒤 휴가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을 만났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천 회장은 여권 실세에 대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구명 로비 의혹의 핵심 인물로, 미묘한 시점에 대통령을 만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20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26∼30일 경남 진해에 있는 대통령 휴양지에서 휴가를 보낼 당시 천신일 회장을 만났다"며 "당시는 금강산 피격 사건과 독도 영유권 문제 등으로 어수선하던 때였는데 이 대통령이 천 회장을 만난 배경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어 "대통령이 문제 인사와 휴가지에서 만남을 가진 것 자체가 부적절하며 대통령 및 측근들과 관련된 의혹에 대해 검찰이 마땅히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해 7월은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됐을 즈음이다. 또 같은 달 중순은 천 회장과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 박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지방국세청장 등이 박 회장을 구명하기 위한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때다. 따라서 안팎으로 시끄러운 때에 이 대통령이 굳이 휴가지에서 당시 국내의 주요 현안과 무관한 인사인 천 회장을 만난 배경에 의문이 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시점상 면담에서 박 회장 문제가 언급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특검 등을 통해 사실 규명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 대변인은 "박연차 게이트는 '천신일 게이트'로 규정해야 하며, '노무현 특검'뿐 아니라 '이명박 특검'도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직 대통령도 의혹이 있으면 당연히 수사해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과 천 회장이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박 회장 세무조사 문제가 언급됐을 것이라는 의혹은 강력 부인했다. 청와대측은 "대통령이 친구와 같이 개인 휴가를 갔다는 게 문제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그게 문제가 된다는 것 자체가 유감"이라고 반박했다. 또 "당시 휴가에는 대통령 지인이 여러분 참석했으며 대통령의 개인휴가 일정까지 정쟁으로 몰고 간다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가 본격적으로 실시된 것도 휴가 직후"라며 "당시 천 회장은 세무조사에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하윤해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