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민주주의 얘기할 자격 잃었다…나를 버리라”

盧 “민주주의 얘기할 자격 잃었다…나를 버리라”

기사승인 2009-04-22 21:4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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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노무현 전 대통령은 22일 "이제 저는 민주주의나 진보, 정의를 말할 자격을 잃었다"며 "더이상 여러분이 추구하는 가치의 상징이 될 수 없으며,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진 저를 여러분이 버리셔야 한다"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적어도 한발 물러서서 새로운 관점으로 저를 평가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또 그는 "오늘 아침 홈페이지 관리자에게 이 사이트를 정리하자는 제안을 했다"며 "이제 '사람사는 세상'은 문을 닫는 것이 좋겠다"고 홈페이지 폐쇄 의사를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공금횡령 혐의로 구속된 뒤 나온 것으로, 정 전 비서관 일로 인해 자신 역시 최소한의 도덕적 보루마저 지키기 어렵게 됐음을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홈페이지를 닫아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는 제목의 글에서 "친형 사건 이후 사과할 계기를 찾던 중 정 전 비서관마저 구속되는 일이 생겼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저의 오랜 친구이고, 저는 인연보다는 그의 자세와 역량을 더 신뢰했다"며 "(그를 위해 변명을 하는 것은) 저를 더욱 초라하게 하고 사람들은 더욱 노엽게만 할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 "무슨 말을 하더라도 많은 사람의 분노와 비웃음을 살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제가 이미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명예도 도덕적 신뢰도 잃었다. 이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은 것 같다"면서 인터넷 글 올리기를 중단하고 검찰 수사에 적극 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관계가 정리되면 국민께 사죄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노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 직후 '전(前) 대통령'이라는 예우 호칭도 생략한 채 "노무현은 이제 역사가 되어버렸다. 모든 평가도 역사가 할 것이다"라는 단 두 문장짜리 논평을 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고세욱 기자
bhson@kmib.co.kr
고세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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