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지난 1년간 국회 본회의장에서 반대표를 가장 많이 던진 의원들은 1위부터 5위까지가 전부 민주노동당(의석수 5명) 소속이었다. 이에 대해 '민노당은 반대만을 위한 정당'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법안심사 때 비교섭단체가 배제되는 구조적 문제점이 더 큰 이유라는 지적이다.
본보 분석결과 홍희덕(89건) 곽정숙(77건) 이정희(65건) 강기갑(48건) 권영길(44건) 의원 등 민노당 의원들 전원은 반대 성향이 뚜렷했다. 이들 의원 5명이 반대한 건수가 323건으로, 같은 기간 한나라당 의원 전체의 반대건수(482건)에 비교하면 기록적인 수준이다.
민노당의 이런 투표 성향은 철저한 당론투표 방침 때문이다. 민노당은 본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안을 소속 의원들과 정책위, 의정지원단간 회의를 통해 찬성, 반대 또는 기권할지를 미리 정한다. 본회의장에서는 극히 이례적 경우를 제외하고 이 방침대로 표결이 이뤄진다. 의원들간 반대 건수 차이는 본회의 참석률이 다르기 때문이다.
'반대' 당론이 많은 것은 민노당이 비교섭단체여서 상임위 간사가 없는 것과 밀접히 연관돼있다는 분석이다. 편재승 민노당 의정지원단장은 11일 "비교섭단체들은 각 상임위 법안 소위에서 배제된다"며 "절충이나 협의 작업에 참여했다면 100% 마음에 안들어도 최종 결과물을 존중할 수 있겠지만, 소수당이 원천배제된 상태에서 올라온 법안을 찬성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소수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학생한테 수업시간표도 알려주지 않고 학교에 다니라'는 식으로 국회가 오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불만이 자주 들린다.
의석수 3석인 창조한국당 역시 민노당과 비슷한 처지로, 이번 조사에서 이용경(23건) 의원과 문국현(22건) 대표의 반대건수는 각각 공동 9위와 12위를 차지했다.
이 밖에 민노당의 의사결정에 노조들과 시민사회단체, 또 농민회의 입김이 강한 것도 '반대'에 편향되는 이유로 분석됐다.
반대 상위권에는 민주당 김상희(6위) 서종표(7위) 김재윤(8위) 양승조(9위) 의원과 자유선진당 박상돈(14위) 김창수(16위) 의원도 눈에 띄었다. 이들이 포함된 것은 의원 개인의 이념적 성향과 출신 배경, 소신투표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김상희 의원은 시민단체 출신이고, 김재윤 의원 역시 진보적 색채가 강하다. 서종표, 양승조 의원은 소신투표 성향이 강하다. 박상돈 의원은 옛 열린우리당 출신이고, 선진당 김창수 의원 역시 이회창 총재가 종종 본회의가 끝난 뒤 "김 의원, 아까 그 법안 왜 반대했어"라고 물을 정도로 소신투표를 선호한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한목소리로 "법안을 들여다볼 시간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창수 의원은 "본회의에 급하게 올라온 법안들이 많아 입법취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부정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본회의 표결 전 최소 12시간이라도 '숙려기간'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윤 의원도 "현재의 컴퓨터 단말기를 통한 법안 열람은 내용 파악에 한계가 많다"며 "본회의에 상정될 법안만이라도 인쇄된 법안을 미리 배포해야 한다"고 말했다.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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