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는데”무전취식 무임승차 증가

“돈 없는데”무전취식 무임승차 증가

기사승인 2009-05-15 16: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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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사회] 특별한 직업이 없는 김모(47)씨는 몇 주 전 얼마 남지 않은 돈마저 다 써버린 후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김씨는 14일 저녁 무작정 서울 인사동의 한 횟집의 문을 열었다. 참치회 한 접시와 소주 한병을 배불리 먹은 그는 주인에게 다가가 "돈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경찰서에서 "배가 너무 고팠다"고 진술했다. 이날 밤에는 택시를 탄 후 서울 종암동 집 앞에 도착해 택시비 2만원을 내지 않고 도망친 최모(45)씨가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무전취식과 무임승차로 입건되는 사람의 숫자가 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 30일까지 무전취식과 무임승차로 처벌받은 사례는 1133건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942건)과 비교해 20% 이상 늘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 추세라면 지난해 1년간 사례인 3183건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 금천경찰서 김영기 수사과장은 "입건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돈은 없고 배는 고파 일단 먹었다'는 진술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곽모(47)씨는 지난 7일 서울 당주동의 한 술집에서 48만원어치를 먹은 뒤 도망치려다 주인에게 붙잡혔다. 그는 신용카드가 정지된 상태에서 식사를 하고 "돈이 없다"며 막무가내로 버티다 경찰에 넘겨졌다.

식당 주인과 택시기사들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신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요즘엔 양복을 입은 멀쑥한 차림의 사람들도 음식을 먹고 난 후 돈이 없다고 하는 적이 많다"며 "쫓아다니며 돈을 받을 수도 없고 답답한 노릇"이라고 한탄했다. 택시기사 한정식(50)씨는 "택시를 탄 후 돈을 내지 않는 사람을 보면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못한 사람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벼룩의 간을 빼 먹는다'는 야속함도 느낀다"고 토로했다.

송재호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제난 뿐 아니라 현대인의 인식변화 역시 무전취식, 무임승차의 증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송 교수는 "가난을 사회구조 탓으로 돌리는 성향이 많아 돈을 지불하지 않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국현 기자
jo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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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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