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학년도부터 시행되는 고교선택제를 앞두고 서울 시내 각 고등학교들이 우수 중학생을 끌기 위한 홍보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고교선택제는 서울지역 중학생들이 학군에 상관없이 원하는 고교를 선택해 진학하는 새로운 입시제도다.
다음달부터 고교 간 홍보전쟁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학교 측은 교사들에게 홍보전쟁에 쓸 ‘실탄’을 마련하라고 지속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학교 입장에서 방학은 전쟁 준비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현재 각 고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홍보교사들은 5∼10명. 하지만 수업, 학생지도, 일반행정 등 기본적 업무는 그대로 하면서 홍보까지 맡은 교사들이 대다수다.
이 때문에 수업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화되고 있다. 서울의 한 고교 홍보팀장인 김모(50) 교사는 “홍보업무에 연구업무, 서울시교육청 지정 선도학교 실무, 학급담임, 학과 담당 등을 맡고 있다”면서 “업무강도가 세 수업 준비에 집중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고 토로했다.
재학생과 학부모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2학기에 더 많은 교사들이 홍보전에 투입되면 수업 질 저하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학부모 곽모(48·여)씨는 “여름방학 보충수업 시간에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집을 복사해 해답을 읽어주는 수준의 수업을 진행한다”면서 “수업의 질 저하는 이미 눈에 보이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고2 학생 정모(17)군은 “영어를 담당하는 담임선생님이 지난 1학기 말 홍보 업무도 함께 맡은 뒤로 피곤한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면서 “대학 입시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기라 수험생 입장에서 솔직히 불안하다”고 말했다. 정군은 “우수한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재학생들이 본의 아니게 피해를 본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한국교직원총연합회 김동석 대변인은 “학교들은 질 높은 수업이 최고의 홍보임을 깨달아야 한다”며 “교사들도 수업의 질로 승부해야지 주객을 전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김상근 사무총장은 “이미 1학기 말부터 홍보업무를 맡은 교사들의 수업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며 “학교에 들어올 미래의 학생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재학생을 소홀히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국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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