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부모 “입시 일정 늦춰줬으면”=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7일 현재 전국에서 신종 플루로 휴학이나 휴교 조치가 내려진 고교는 15곳이다. 일선 고교에선 전체 대학 신입생 모집인원의 59%를 차지하는 수시 모집을 위한 학생 진학 상담과 원서 접수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의 원서접수가 대부분 다음달 9∼14일 실시되고, 입학사정관제 강화로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하기 위해 교사와 면밀한 상담을 해야하지만 이를 하지 못하고 있다.
29일까지 휴교에 들어간 경기도 안양 S고 윤모 교사는 “수시모집 원서 접수가 얼마남지 않아 일부 학생을 불러 원서 작성을 위한 상담을 하려 했는데 학생 한 명이 신종 플루 예상 환자로 판명나 모두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서울 T고 김모 교사는 “학생들이 자기 진로를 정확히 생각하고 결정하고 있으면 그래도 괜찮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그렇지 못하다”며 “상담 기간이 줄어드는 건 정말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선 교사와 학부모들은 휴교를 했지만 개학 후 또다시 신종 플루가 발병하는 ‘2차 확산’이 일어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부산 H고 정모 교사는 “서울대나 카이스트 등의 대학에선 원서 접수와 함께 자기추천서도 써야하는 데 시간이 너무 빠듯하다”면서 “휴교 기간이 끝난 30일 개학한 이후에 환자가 나타나면 또다시 휴교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고3 수험생 아들을 둔 박모(48·서울 홍제동)씨는 “곧 수시모집 접수가 시작되는데 걱정”이라며 “학원은 학교보다 학생 수가 적기 때문에 오히려 학원이 더 안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안병만 교과부 장관은 이날 서울 이촌동 신용산초등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신종 플루 환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무조건 학교가 문을 닫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선 학교에 신중한 대처를 당부했다. 개별 학교 휴교는 학교장 재량으로 이뤄지고 있다.
◇개학 앞둔 대학 ‘비상’=개강을 앞둔 대학가도 술렁이고 있다. 서울대는 학내 보건소에서 신종 플루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즉각 인근 병원으로 옮긴다는 방침이다. 중앙대는 학교 기숙사 내에 신종 플루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격리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외에서 입국한 학생들에 대한 대책도 비상이다. 이화여대와 한국외대는 해외에서 입국한지 7일이 넘지 않은 학생들은 반드시 학교 보건소로 신고하도록 했다. 한국외대와 숙명여대는 입국 후 7일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결석은 휴가·유고처리를 해주기로 했다. 상명대는 교내 강의 시작 전에 반드시 담당 교수의 지도하에 모든 학생들과 교수들이 체온을 재고 이를 기록하도록 했다. 목원대, 청주대, 침례신학대는 아예 개강을 1∼2주일 연기하기로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양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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