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사회] 자신의 재주로 기쁨을 주는 학생들이 있다. 서울대 미술동아리 ‘미동(美童)’. 이들은 동아리 이름대로 ‘벽화를 그리는 아름다운 학생들’이다.
미동은 전공자가 아닌 순수하게 미술을 좋아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모임이다. 이들이 이달 초부터 서울 관악구 내 사회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낡은 벽에 그림을 그려 주는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벽화를 그려달라는 요청이 쇄도해 미동은 쉴 틈조차 없다.
처음 벽화를 그린 곳은 서울 보라매동 동명아동복지센터다. 지난 4일 대학생 형과 언니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아이들의 손을 잡고 벽을 천천히 살피는 것으로 이들의 봉사활동이 시작됐다. 어떤 그림을 원하느냐고 묻자 아이들은 기린, 사자, 바다 등의 단어를 외쳤다. 사전답사 후 머리를 맞댄 미동은 이틀에 걸친 열띤 회의 끝에 세라믹벽화 형태로 동물을 그린다는 결론을 냈다.
힘든 것은 이때부터였다. 작업을 시작한 지 이틀 뒤 홍대 앞 한 화방에 모여 벽에 붙일 타일과 페인트를 샀다. 4㎠의 정사각형 타일을 7㎡ 넓이만큼 사다 보니 그 무게가 만만치 않았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타일을 각자 나눠 들었는데도 등줄기에는 땀이 흘렀다. 복지센터로 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 길게 느껴졌다. 준비물을 옮긴 후 미동은 휴식도 뒤로한 채 동물 형상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신을 집중했다. 밑그림을 소홀히 하면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스케치를 마친 후 타일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붙였다. 세라믹벽화는 타일을 붙인 후 그 사이마다 일일이 시멘트를 덧발라야 한다.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었다. 밤 10시를 넘기기는 예사였다.
일주일의 고생 끝에 형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와! 기린이다” “사자도 있어!”라며 환호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에 미동도 절로 신이 났다. 속도가 붙었다. 작업 열흘째 미동 9명 모두가 붓을 들고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그린 뒤에야 모든 작업이 끝났다.
평소 서울대 안의 오래된 벤치나 벽에 새 옷을 입혀왔던 미동에게 대외 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미동의 송영걸(22·서울대 물리학과4) 회장은 28일 “이전엔 나 자신의 만족만을 위해 그림을 그렸다. 내 그림을 보고 다른 누군가가 좋아한다는 게 이렇게 행복한 일인 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미동 회원 진달래(21·여·서울대 수학과2)씨도 “아이들이 함박웃음을 지어 너무나 기뻤다”며 “더 적극적으로 봉사에 나서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조국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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