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의 구설수가 정리되는가 싶더니, 28일에는 새누리당 김성주 공동선대위원장의 ‘영계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지난 24일 당직자 간담회에서 젊은 남성 당직자가 사진을 찍자 ‘나 영계를 좋아하는데, 가까이 와서 찍어요’라고 말한 사실이 SNS 등으로 퍼져 나가면서 야당이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논평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왜 김 위원장을 중용했는가. ‘성(性)누리당’의 본성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여야 모두 예기치 않았던 설화(舌禍)가 잇따르자 이날 각 선거캠프에서는 ‘말실수 경계령’을 내렸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요즘은 입조심과 함께 손가락(SNS)도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새누리당이 우리 측 인사들의 ‘SNS 과거사’를 집중적으로 뒤지고 있는 것 같다”고도 했다.
언젠가부터 대형 선거에서는 뭘 잘해서 점수를 쌓는 것 못지않게 실수를 범해 점수를 까먹지 않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말실수나 SNS ‘글실수’가 선거 판세를 흔드는 경우가 잦다. 지난 4·11 총선 때 ‘김용민 막말 논란’이 대표적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선 ‘노인 폄하 발언’으로 당시 열린우리당이 호되게 당했다. 미국 대선에서도 최근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부자들의 비공개 모임에서 ‘유권자의 47%는 정부에 의존해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폄하했다가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구도가 보수와 진보의 감정대결 양상으로 치러지다 보니 사소한 말실수들이 진영 간 대결을 부추기는 데 악용되고 있다”며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지만 여야 어느 쪽도 정책 대결과 같은 뚜렷한 대결 전선을 만들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캠프 구성원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하지만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예전에는 캠프의 ‘입’이 대변인과 선거대책위원회 핵심 인사 몇 명으로 국한됐지만 SNS가 보편화된 요즘은 사실상 모든 캠프 구성원이 ‘마이크’ 앞에 선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또 SNS의 특성상 한번 뱉은 말과 글은 오랜 기간 기록이 남아 선거기간뿐 아니라 과거의 발언까지 문제가 되고 있다. 본인은 삭제해도 다른 사람에게 전송한 기록까지는 어쩌지 못해 김 의원의 경우처럼 뒤늦게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남은 대선 변수 가운데 말실수처럼 생각하지도 않았던 돌발 변수가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한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는 “요즘 문제가 되는 말실수는 중도층을 비롯한 국민 다수가 ‘그건 너무 심했다’고 반응하고 있는 것들이어서 자칫 후보 이미지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면서 “주변인의 언행 관리가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미 벌어진 실수를 최대한 빨리 도려내는 조기 수습 능력도 중요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