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는 전날 캠프 전체회의에서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다음달 10일까지 정책안을 내놓기로 했으니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고 발언했다고 유민영 대변인이 캠프 브리핑에서 전했다. 이는 안 후보가 단일화를 기정사실화했으며, 논의 또한 이르면 내달 10일 이후 급진전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안 후보가 지난 19일 강원도 방문 때 ‘만약 국민이 원해 단일화 과정이 생긴다면 거기에서 이겨 끝까지 갈 것이고, 아니면 아닌 대로”라고 밝힌 것에 비해서도 한발 더 진전된 입장이다. 다만 유 대변인은 몇 시간 후 “다음달 10일까지 정책에 최선을 다하자는 의미였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안 후보는 서울 신공덕동 마포영유아통합지원센터에서 열린 ‘행복한 아이를 위한 엄마들 간담회’를 마친 뒤 ‘다음달 10일 이후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많은 분이 원하는 방향으로 우리나라가 갈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게 선행되지 않고 다른 방법론이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제를 달았다.
문 후보도 서울 영등포동 하자센터에서 열린 ‘문재인의 정치혁신 비전을 묻다’ 토론회에서 “단일화 논의를 좀 열어 달라. 이제 터놓고 얘기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캠프 공보단장도 브리핑에서 “언제까지 단일화 논의를 늦추겠다는 것인지 안 후보 측에 공식 질문한다”고 단일화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안 후보 측 핵심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후보도 단일화를 해야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상대로 51% 대 49% 정도의 박빙 승부를 펼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안 후보가 국민에게 자신의 공약을 다 보여준 뒤 평가받길 원하고 있어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한다.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새누리당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은 선대본부 회의에서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를 놓고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다. 국민에게 새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두 후보가 우리 정치를 후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서병수 사무총장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언급하며 “두 후보는 아직 플레이오프 일정조차 못 잡았다”고 꼬집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