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선 구원파 강경파들 “죽음도 불사”… 유병언 막무가내식 도피·잠적

벼랑에 선 구원파 강경파들 “죽음도 불사”… 유병언 막무가내식 도피·잠적

기사승인 2014-05-21 07:43:00

[쿠키 사회]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20일 막무가내식 버티기에 나서며 대한민국 사법 시스템 전체를 적으로 돌렸다. 유 전 회장이 금수원 주변의 검·경 방어망까지 뚫고 도피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검찰은 자존심을 구겼다. 검찰은 아직 유 전 회장의 소재지를 명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전 회장은 최근까지 경기도 안성의 금수원 인근 별장에서 지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별장은 본래 호미영농조합 소유의 ‘사랑의 집’이라는 요양원이었지만 최근 별장으로 개조됐다. 유 전 회장은 수사 착수 이후 금수원 내부에서 상당기간 머물다 최근 이곳으로 옮겨 은신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금수원은 안성시 보개면에, 별장은 금광면에 있다. 직선거리는 1.5㎞에 불과하지만 청경산에 가로막혀 있어 바로 갈 수 없고 외부 큰길을 따라 차로 20여분 돌아가야 한다. 별장 입구에서 별장까지는 1㎞ 정도지만 오르막길이어서 10여분 걸어야 닿을 수 있다. 별장 입구 주변 땅 역시 구원파의 하나둘셋영농조합이 보유하고 있다. 구원파 소유 땅으로 둘러싸인 요새 같은 곳에 은신해 있었던 셈이다.

검찰은 19일 유 전 회장과 장남 대균(44)씨가 별장에 은신해 있다는 제보를 받고 급습했지만 이미 도주한 뒤였다. 수사관들이 별장에 진입할 때 별장지기 이모씨가 격렬히 저항해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야 했다. 이씨는 당시 수사팀에 “유 전 회장이 지냈던 건 맞지만 오래전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수사팀은 “냉장고 안 음식물이나 싱크대 및 방안 상태 등을 볼 때 최근까지 사람이 있었다. 그걸 사용한 사람이 유 전 회장”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씨가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고 임의동행 형식으로 인천지검에 데려가려고 했으나 이씨가 동행을 거부해 돌려보냈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상황이 긴박해 (이씨에 대한) 영장을 받으러 갈 상황이 아니었다. (이씨가) 임의제출을 거부해 별장 CCTV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지난 17일 토요 예배에 맞춰 별장을 빠져나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신도 차량을 타고 금수원을 탈출하려 한다는 제보를 받고 경찰에 금수원 인근 차량 검문검색과 감시 강화를 요청했다. 검찰은 그러나 유 전 회장이 머물고 있던 별장의 존재와 위치를 19일에야 확인했다. 유 전 회장이 검찰의 시선을 금수원 주변으로 묶어놓은 뒤 별장을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신도들의 조직적 도움을 받아 도피한 것으로 보고 도주를 도운 신도들에 대해서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문검색이 이뤄지는 도중에 빠져나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의 도피와 잠적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벼랑 끝 전술’의 성격이 짙다. 구원파 세력을 방패삼아 최대한 버티며 활로를 모색하려는 것일 수 있다. 구원파 측은 그동안 금수원 강제 진입을 준비하는 검찰을 향해 “일부 강경파들이 순교도 불사하겠다고 한다”고 공공연히 말해 왔다.

한편 국세청은 유 전 회장 일가의 부동산 압류 절차에 나섰다. 서울서초세무서는 지난 16일 서울 염곡동 일명 ‘세모타운’ 부지와 건물 등 200억원 상당의 부동산 9곳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에 압류를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즉각 받아들였다.

인천=국민일보 쿠키뉴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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