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대배심, 흑인 목졸라 숨지게 한 경찰관 불기소

뉴욕 대배심, 흑인 목졸라 숨지게 한 경찰관 불기소

기사승인 2014-12-04 10:05:55
미국 뉴욕 맨해튼 유니온스퀘어에서 3일(현지시간) 시위대가 뉴욕 대배심의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뉴욕 대배심은 흑인 남성 에릭 가너를 검문하면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경찰관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AFPBBNews=News1

미국 뉴욕 길거리에서 불법으로 낱개 담배를 팔던 흑인을 체포하다가 목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에게 미국 대배심이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비무장 흑인소년을 사살한 미주리주 퍼거슨의 백인 경찰관 대런 윌슨이 불기소되면서 미국 전국으로 번진 항의시위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긴장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뉴욕시 스태튼아일랜드 대배심은 3일(현지시간) 스태튼아일랜드의 거리에서 지난 7월 17일 흑인 에릭 가너(43)를 담배밀매 혐의로 체포하는 과정에서 목조르기(chokehold)를 하다가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대니얼 판탈레오를 기소하지 않기로 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당국자 및 변호인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대배심은 체포시 동영상 분석, 현장에 있었던 경찰관 증언 청취 등 3개월 간의 조사를 거쳐 표결을 실시했고, 이날 판탈레오 경관에게는 범죄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동영상에 따르면 가너는 경찰의 단속에 걸리자 처음에는 자신의 몸에 손을 대지 말라면서, 경찰관 2명을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채 대치했다.

그러나 수 초 후, 한 경찰관이 가너의 뒤쪽에서 자신의 두 팔로 가너의 목을 감싸는 형태로 졸랐고, 이어 다른 경찰관들이 합세하며 그를 바닥에 넘어뜨렸다.

천식 환자였던 가너가 “숨을 쉴 수가 없다”고 계속 고통을 호소했지만, 경찰관들은 아랑곳없이 그를 제압하며 수갑을 채웠다. 경찰관 한 명이 그의 머리를 짓누르는 장면도 포착됐다.

수갑이 채워진 가너는 그러나 길바닥에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 곧바로 의식을 잃었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뉴욕 시경은 이 같은 목조르기 기법을 금지하고 있어 가너의 죽음은 경범죄자에 대한 경찰의 과잉대응이라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뉴욕 검시관이 “목을 조른 것이 가너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소견을 내면서 비판 여론이 비등했지만, 뉴욕 경찰 노동조합과 판탈레오의 변호인단은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었다고 맞서 논란이 됐다.

이번 대배심 결정은 퍼거슨 사태를 불러일으킨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결정 후 불과 열흘만에 나온 것으로, 최종 발표시 미국 내에서 불붙은 인종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손병호 기자 기자
bhs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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