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의 탄핵론을 정면 돌파하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지지율 하락을 견인할 대책으로 ‘한동훈 총선 차출론’을 띄우고 있다.
최근 복수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여당 지지율은 새 지도부가 선출된 후 하락세를 타고 있다. 민주당 지지도를 밑도는 수준까지 주저앉았다. 이 가운데 한동훈 장관은 민주당과 수차례 각을 세우며 ‘정치적 체급’을 키우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유효 결정 이후, 민주당이 한 장관 탄핵을 주장하며 공세를 펼친 데 대한 반작용이다.
한 장관의 주목도가 커지자 여권 내에서는 내년 4월 총선 ‘뉴페이스’로 한 장관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차기 총선에서 수도권 선거 견인·중도 외연 확장을 통해 승리를 이끌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신임 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지난 28일 CBS라디오에서 “한동훈 장관의 경우 개인적으로 총선에 등판했으면 좋겠다”며 “1973년생으로 X세대 선두 주자고 또 서울 출신인데, 그분이 나와서 기존의 586 운동권 세력을 퇴장시키고, 영호남 갈등을 없애버리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윤 대통령을 징계하면서 윤 대통령이 국민적 영웅으로 부상했다”며 “(한 장관 역시) 셀럽을 뛰어 넘어 히어로까지 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민주당과 각을 세울수록 한 장관의 정치적 존재감이 부각할 것이라는 해석이다.
차기 대권 주자로 언급될 만큼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한동훈 총선 역할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3일 공개한 ‘장래 정치 지도자’ 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 장관은 11%를 얻으며 여권 후보군 중 1위를 기록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장관 역할론은) 인기가 높기 때문에 우리가 어려운 수도권 선거 같은 곳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 이런 취지”라고 말했다.
다만 시기상조라는 시선도 있다. 한 장관의 등판으로 인한 실질적인 효과를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그분 지지층이 윤 대통령과 굉장히 겹친다”며 “결국 총선은 중도, 젊은층, 수도권 민심을 누가 잡느냐 승부인데 그것을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이라는 꼬리표도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자칫 윤석열 정부의 ‘검찰공화국’ 프레임을 강화해 부정적 여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다. 당내 한 재선 의원은 “지금 민주당이 한 장관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배경에는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정치 탄압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가 깔렸다”며 “만약 내년 총선에 친윤 이미지가 강한 한 장관이 나설 경우, 건강한 당정을 유지하겠다는 주장은 힘을 잃을 것이다. 총선에서도 필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장관 본인도 총선 등판론에 재차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 회의 참석 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을 둘러싼 총선 차출론에 대해 “지금 보다시피 법무부 장관 (자리)에서 할 일이 굉장히 많다”며 “저와 무관한 일이고 저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일축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