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게임을 할까”…플레이어 고찰하는 ‘심포지엄’ 개최 [쿠키 현장]

“사람은 왜 게임을 할까”…플레이어 고찰하는 ‘심포지엄’ 개최 [쿠키 현장]

18일 국립중앙박물관서 게임과학 심포지엄
“게임에서의 즐거움, 더 깊이 연구돼야”
“공동 복지 차원의 게임 생겨나길”

기사승인 2025-04-18 18:22:17
윤태진 디그라한국학회장이 18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소강당에서 열린 ‘2025 게임과학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유채리 기자

게이머들이 게임하며 느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고민해보자는 주장이 나왔다.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인 윤태진 디그라한국학회장은 18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소강당에서 열린 ‘2025 게임과학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화두를 꺼냈다.

이날 심포지엄은 게임 ‘플레이어’를 입체적으로 고찰해보자는 취지에서 ‘다면적 플레이어: 게임 플레이의 다양한 층위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게임과학연구원과 디그라한국학회가 공동개최했다.

심포지엄에는 윤태진 디그라한국학회장, 김경일 게임과학연구원장,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 조수현 게임문화재단 사무국장, 권민석 넷마블 이사 등이 참석했다. 

윤 교수는 플레이어가 게임하며 느끼는 즐거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너무 당연해서인지 연구로 본격적으로 다뤄진 적이 없는 듯하다”면서 “사람들이 왜 게임을 하는지, 즐거움 때문이라면 왜 즐거움을 추구하는 지에 대해 질문을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즐거움에 대한 연구가 인간의 본성을 다루는 주제가 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즐거움을 ‘쾌락주의’라는 이론으로 풀어나가자는 주장도 나왔다. 에피쿠로스의 ‘헤도니즘(쾌락주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가 그것이다. 다른 두 이론을 관통하는 핵심은 인간 삶의 목적이 ‘쾌락’, 즉 행복이라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쾌락을 세분화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도 짚었다. 대중적, 가치적, 동기적, 규범적, 건전한 쾌락주의다. 윤 교수는 “이 중 건전한 쾌락주의는 분별력 있는 쾌락주의로 볼 수 있다”라며 “분별력 있는 쾌락주의란 ‘쾌락이란 게 왜 필요한지’라는 질문에 집중한다. 이 질문에서 출발해 쾌락이 갖는 가치, 목적에 주목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개인이 아닌 ‘사람들’이라는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윤태진 디그라한국학회장이 18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 소강당에서 열린 ‘2025 게임과학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유채리 기자

그는 게임이 사회 전체 쾌락의 양을 늘린다면 ‘공동선(善)’이 될 수 있다는 관점도 제시했다. 게임 디자이너이자 연구자인 라자로(Lazzaro)의 게임에서의 감정적 경험 분류를 근거로 들었다. 게임을 통해 탐험과 호기심의 즐거움, 도전과 성취의 즐거움, 의미와 변화의 즐거움, 사회적 교류의 즐거움이라는 총 4가지 감정적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게임 플레이가 단순히 감각적이거나 찰나의 쾌락만을 전달하는 게 아니라 다른 요소들과 연결될 수 있다”며 “스토리, 협력, 창의성이라는 것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쾌락복지’라는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사회 전체 쾌락의 양을 확대하는 도구로 게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윤 교수는 “사회의 전체적인 즐거움 총량을 늘리는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글자 맞추기나 포켓몬 같은 가볍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전하는 것은 물론, 생존이나 의료, 교육 등 보편복지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의 즐거움을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역시 연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즐거움과 연결된 다양한 연구 주제를 제언했다. 개인 한 명이 아닌 보다 넓은 범위인 공동체의 즐거움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나 게임 내 괴롭힘, 사이버불링 등과 같은 비판적 연구도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게임과 게임에서의 즐거움에 접근할 때 주의해야 할 점도 지적했다. 윤 교수는 “모든 게임이 긍정적이거나 건설적인 즐거움을 전달하는 건 아니다”라며 “게임이라는 단어가 ‘즐거움’과 동의어가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덕적 딜레마를 즐거움의 요소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며 “가장 바람직한 게임 속 즐거움 요소를 찾기 위한 조건 중 하나는 사행성 요소와 즐거움 추구를 명목으로 가학성, 폭력성, 혐오를 발산하는 것들을 잘 구분하는 게 필요하다. 이 지점이 게임에서의 쾌락을 정당화하는 중요한 조건이 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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