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9, 30일 있었던 천안시의회 두 모습이다.
#1. 29일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일동이 성명서를 냈다. 제목은 ‘박상돈 전 천안시장의 정무라인, 박 전 시장과 함께 궤를 같이하라!’ 참으로 발빠른 조건반사적 대응이다. 24일 대법원 당선무효 판결이 있고 26, 27일 주말을 보낸 후 바로 나온 성명서다. 가뜩이나 나라 정국이 어지럽게 돌아가고 있다. 이런 판국에 중요하지도 시급하지도 않은 정치성 주장으로 시민들 정치 혐오감만 부채질했다는 느낌이다.
#2. 30일 시의회 ‘품격있는 지역 축제문화 창출 연구모임’은 연구용역사 관계자로부터 연구계획을 듣고 향후 연구방향을 논의했다. 언제부터간 시의희에 시 정책 제안 ‘용역열풍’이 불었다. 예전 시의원 연구모임은 자신들이 자료를 찾고, 발품을 팔아가며 시 행정의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했다. 그런데 이제 가만히 앉아 용역단체에 돈을 주고 결과물을 기다린다. 이런 시의회 용역 결과를 시가 진지하게 받아들일지 미지수인데 말이다.
먼저 시의원들 ‘발빠름’에 대해 생각해보자. 타깃은 정무라인 중 정책보좌관 3명이다. 그들의 임기까지 세세히 제시하면서 ‘시민 혈세’ 운운하며 사퇴를 촉구했다. 당사자들이 자신의 거취를 생각할 틈도 주지 않는 민첩함이다. 각박한 정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요즘 중앙 정치권이 보여주는 무관용적 치고받기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발빠름이 외려 상대편 반발을 사, 결심을 미루게할까 걱정이 앞선다. 밀려 나가는 모양새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성명서는 “시장의 부재로 인해 더 이상 시장을 위한 정책 보좌 기능도 필요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정책보좌관은 ‘시장 보좌’가 아니라 ‘시 정책 보좌’ 를 위해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들이 맡은 시 정책 보좌를 마무리하고 거취를 스스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껏 들어간 혈세 값은 하고, 퇴진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성명서도 밝혔듯이 구본영 전 시장 2019년 11월 14일 정치자금법 위반 확정 판결 때도 모 보좌관은 3개월 더 근무하고 그만뒀다.

다음은 시의회 연구용역 맡기기 열풍이다. 지난해도 수두룩했다. 천안의 행궁 화축관 복원 연구모임, 축산악취 저감 연구모임, 천안시 도시브랜드·심벌 연구모임, 생활밀착형 탄소흡수 녹지공간 조성 연구모임, 반려동물 장례문화 연구모임 등이다.
이번 ‘품격 축제’ 연구모임은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의미 있고, 천안의 문화 정체성을 담아낼 수 있도록 근본적인 재설계가 필요하다"가 선언했다. 정체성, 시민 향유, 지역경제 기여 등을 정책 방향으로 잡았다.
용역단체는 △천안시 축제의 종합 진단 △시민의견 조사 △축제간 연계와 차별화 전략 △시민 중심의 축제 방향 설정 등을 핵심과제로 삼은 계획을 제시했다. 참으로 중요한 과제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함도 크게 느낄 수 없는 계획이다.
필자는 지역 언론인으로 오랜 세월 천안축제 발전을 위해 비판과 충고를 밝혀 왔다. 이런 비판과 충고는 많은 시간을 축제장에서 보내야만 가능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인근 지역 축제도 찾아 봐야 했다. 지금껏 축제장에서 시의원들이 시민과 함께 즐기며 축제 콘텐츠를 꼼꼼히 관찰하는 모습을 본 적이 드물다.
개막식 때 귀빈석에 앉아 이름 부를 때만 기다리는 시의원, 검은 정장 입고 시찰하듯 축제장 둘러보는 시의원은 제대로 축제 연구를 할 수 없다. 남한테 맡기는 연구모임이 돼선 안된다. 직접 관련 서적 및 자료를 찾는 열정을 지녀야 한다. 그래야 시 집행부와 ‘판박이 용역’이 되지 않는다. 2500만원 안팎의 ‘혈세’ 정책개발비를 용역비가 아니라 의원들 연구비로 써야 한다. 직접 공부하란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