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위험지대 된 강남…지하 인프라 안전 ‘빨간불’

싱크홀 위험지대 된 강남…지하 인프라 안전 ‘빨간불’

서울 강남·송파, 5년간 싱크홀 사고 최다 발생
92건 중 31.5%가 ‘강남 3구’…노후 하수관이 원인

기사승인 2025-05-10 06:00:07
지난 3월24일 갑작스러운 땅 꺼짐 현상(싱크홀)이 발생한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 현장. 곽경근 대기자  

이른바 서울 ‘강남 3구’의 지하 균열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강남구가 최근 5년간 서울시 내 땅꺼짐(싱크홀) 사고 발생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지하 인프라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10일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서울 전역에서 발생한 싱크홀 사고는 총 92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강남구(12건), 송파구(14건), 서초구(3건)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만 29건(31.5%)이 발생했다.  

특히 강남구는 시내 지하 공동(空洞)이 가장 많이 발견된 곳이기도 하다. 최근 서울시 도로지반조사 결과에 의하면 전체 329건 중 65건이 강남구 도로 아래서 발견됐다. 그 중 일부는 ‘붕괴 위험’ 수준으로, 긴급 복구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하수관 접합부 손상(16건)이 가장 많았고, 이어 하수관 노후화(14건), 하수관 손상(13건), 장기침하(12건) 순이었다. 장기침하는 도로·철도 등의 장기 하중으로 지반 내 수분이 빠져나가며 서서히 내려앉는 현상이다.

강남 3구는 서울시에서도 지하공간 활용도가 높은 지역이다. 대심도 지하도로, 복합환승센터, 지하상가 등 다양한 개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에 비해 지반 안전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는 강남 지역의 지반 특성상 싱크홀 위험이 상존한다고 경고하면서, 단기적 처방이 아닌 장기적인 안전 전략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강남 3구는 지질 특성상 싱크홀 발생 위험이 높은 지역”이라며 “지하 공사에 따라 언제든지 싱크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하 공간의 설계 단계부터 유지·관리까지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싱크홀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도 여전하다. 명일동 대형 땅꺼짐 사고 후 지반침하 의심 신고가 평소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명일동 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3월25일부터 4월22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접수된 싱크홀·포트홀·지반침하 관련 신고는 1450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의심 신고가 50건씩 접수된 셈이다.

대형 싱크홀 사고로 인명 피해까지 발생하자 단순 포트홀(도로 파임)을 땅꺼짐으로 착각하는 등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서울시는 긴급 복구뿐 아니라 ‘지반침하 예방 종합대책’을 통해 상·하수도 정비와 공동 탐지 확대, 사고 다발 지역 집중 점검 등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응이 사후적이며, 반복적인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지하 인프라 전반에 대한 선제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도시 개발의 속도에 걸맞은 인프라 투자와 안전관리 시스템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강남구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공사 현장을 방문해 “시민 안전과 밀접한 지하공간 관리 및 지하공사 관리의 혁신이 이뤄져야 시민들이 싱크홀 불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며 “지하굴착 공사 및 상하수도 지하 시설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혁신 투자를 해 도시 안전을 이뤄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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