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 생명보험사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실적이 엇갈렸다. 삼성생명이 당기순이익 방어에 성공한 반면, 한화생명은 당기순이익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신계약 확보 등 향후 전략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삼성생명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대비 2.1% 증가했다. 한화생명의 순익은 -19.7%로 감소했다.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삼성생명 –5%p, 한화생명 –9%p로 나란히 줄었다.
이번 실적 차이는 보험사의 미래 이익을 뜻하는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차이에서 비롯됐다. 삼성생명은 장기보험과 종신보험에서 저연령층 손해율이 개선돼 CSM이 4000억원 늘었다. 한화생명은 금리 인하로 변액보험과 저축성 보험 손실이 늘어 CSM이 4000억원 감소했다.
삼성생명은 1분기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에 따라 연령별 손해율을 세분화해 장기보험 CSM이 증가했다. 변인철 삼성생명 계리팀장 겸 상무는 전날 실적 발표회에서 “사망 담보인 종신과 장기보험의 CSM이 증가했고, 건강보험 CSM은 소폭 감소했다”고 밝혔다.
CSM 기반이 탄탄한 삼성생명은 수익 중심으로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CSM에 유리하지만 수익성이 낮은 장기보험을 줄이고 건강보험 판매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이동훈 삼성생명 채널마케팅 팀장 겸 상무는 같은 날 “수익성이 낮고 금리 민감도가 높은 사망 담보 상품의 물량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화생명은 금리 변화로 부채 손실이 늘자 CSM 개선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준일 한화생명 계리팀장은 지난 15일 실적 발표회에서 “금리 하락으로 부채 민감도 기준 0.36% 하락해 CSM 감소분이 약 4000억원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 저축성 보험인 장기 고금리확정형 상품을 28% 갖고 있었다.
이에 저축성 보험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보험을 늘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임석현 한화생명 전략기획 부문장도 같은 날 “1분기 신계약 CSM 가운데 보장성 CSM 비중이 94%까지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장기 보장성 보험 비중을 늘리면 CSM 확대와 금리 변동 최소화를 함께 노릴 수 있다. CSM은 회계상 자본으로 간주돼 지급여력비율 상승에도 유리하다.
문제는 장기 보장성 보험의 자본 확충 부담이다. CSM이 큰 만큼 보험 기간이 길고 총보험료가 높기 때문에 환급률도 커 쌓아야 할 준비금이 많다. 김동희 한화생명 재정팀장은 “보장성 보험 판매 증가로 해약 환급금 준비금 규모가 늘어 배당 가능 이익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앞서 이세훈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보험업계 자본 확충 어려움은 부족한 이익과 금리 관리 실패가 원인”이라며 “일부 보험사는 CSM을 더 확보할 수 있는 장기 보장성 상품 위주로 판매 경쟁을 해 자본 확충 부담을 돌려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후 자본 확충 부담은 금융당국의 정책에 달려 있다. 당국은 지급여력비율 기준을 150%에서 130%로 인하하고,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을 도입할 계획이다. 금리 인하에 따른 보험부채 할인율도 연착륙해 건전성 부담을 던다는 골자지만, 시행 시기를 확정하지 않았다.
이 부원장은 같은날 “보험사가 영업을 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본을 갖추기 위한 자본 확충이 적기에 이뤄질 수 있도록 지도 및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