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영남과 호남 지방 유세 일정을 마친 가운데, 지역별 정서와 정치 지형을 반영한 맞춤형 메시지 전략을 구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색이 짙은 영남에서는 지역주의 극복과 합리적 보수를 내세우며 외연 확장에 나섰고, 민주당의 전통 지지 기반인 호남에서는 재생에너지와 미래 산업 중심의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제시하며 지지층 결집에 집중했다.
20일 본지가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이 후보의 지방 유세 발언을 분석한 결과, 영남과 호남에서의 메시지는 뚜렷한 대비를 이뤘다. 험지인 영남에서는 지역주의 탈피와 실용 정치를 강조하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다가섰다. 텃밭 호남에서는 구체적인 정책 제시로 유권자들의 동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통합 리더십과 확장성을 부각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후보는 지난 13일부터 대구와 경북, 부산 등 TK·PK 지역을 순회했다. 이 후보의 영남 유세 메시지는 ‘감성적 호소+실용적 비전’으로 요약된다. 지역 출신이라는 연고를 내세워 정서적 장벽을 허무는 동시에, 정쟁이 아닌 현실적 접근을 통해 실용적 리더십을 부각한 것이다.
이 후보는 13일 대구 유세에서 “재명이는 경북 안동 출신인데 왜 ‘재명이는 남이가’ 소리는 안 해주느냐”며 “색깔, 지역 따지지 말고 일 잘하는 사람을 써보자”고 호소했다. 지역 정서를 자극하면서도 기존 정치의 관성에서 벗어나 ‘성과 중심 정치’를 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포항 유세에서는 “진짜 보수는 합리적 질서와 상식을 지키는 것”이라며 “이재명이야말로 합리적 보수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식을 지키려는 세력이 진보로 불리고, 비상식이 보수를 참칭하고 있다”며 국민의힘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이념이나 정당보다 ‘합리성과 실용성’을 우선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부산에서는 산업은행 이전 문제 등 민감한 지역 현안을 정면 돌파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이전을 약속했던 기존 정권을 비판했다. 대신 북극항로 개척과 해운산업 육성이라는 중장기적 비전을 제시하며 “정치는 20~30년 후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HMM 본사 이전 추진 등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함께 내놨다.

반면 호남에서는 보다 선명한 ‘비전 정치’로 방향을 달리했다. 지난 15일 전남 광양·여수와 익산 등을 찾은 이 후보는 “호남이 대한민국 성장 대전환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재생에너지, AI 기반 제조업, 지역 균형 발전 등 구체적인 미래 전략을 제시했다.
광양에서는 “수소환원제철 등 산업전환의 전진기지로 육성하겠다”며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고, 여수에서는 “해상풍력·태양광을 활용한 지역 소득 창출 모델”을 사례로 들며 호남을 ‘버려진 땅’이 아닌 ‘성장의 에너지 자산’으로 재정의했다. 신안군이 태양광 지분을 주민에게 배당해 인구 증가를 이끌어낸 사례도 강조했다.
전기요금 거리비례제 도입도 제안했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 생산지에 기업이 몰릴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며, 수도권 쏠림 현상을 해소하고 지역 발전을 이끌어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익산 유세에서는 지방 균형 발전 전략을 총정리했다. 지방 국립대학에 대한 지원 확대, 지역 특화 산업 육성, 문화산업 전략적 육성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지방에 대한 파격적 투자 없이는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은 어렵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1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이 후보는 지역별 특성과 정서를 정교하게 분석해 각각의 유권자에게 맞는 메시지를 던졌다”며 “이는 단순한 공약 나열이 아닌, 실현 가능한 전략과 방향성을 제시함으로써 통합적 리더십을 보여주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