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를 이끌어온 ODM(연구·개발·생산) 기업 ‘콜마그룹’이 오너일가의 경영권 갈등에 휩싸이며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콜마BNH와 지주사 콜마홀딩스 간의 인사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비화한 데 이어, 창업주 윤동한 콜마홀딩스 회장이 장남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주식 반환 소송을 제기하면서 오너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는 갈등 장기화 시 의사결정 지연이나 파트너사 수주 경쟁력 저하 등 실질적 영향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콜마BNH는 지난 4월 콜마홀딩스가 제안한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본격화했다. 콜마홀딩스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윤 부회장과 이승화 전 CJ제일제당 부사장을 이사 선임을 추진했으나, 콜마BNH 측은 대표 교체를 노린 인사 개입이라며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은 지배구조 문제로 확대됐다. 윤 회장은 지난 2019년 윤 부회장에게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현재 460만주)에 대해 경영 합의를 전제로 한 ‘부담부증여’였다고 주장하며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윤 부회장 측은 “조건 없는 단순 증여였고, 합의서는 효력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현재 콜마그룹의 지주회사인 콜마홀딩스 지분은 윤 부회장이 31.75%, 윤 회장이 5.59%, 윤여원 대표가 7.45%, 윤 대표의 남편인 이현수 씨가 3.02%를 각각 갖고 있다. 콜마홀딩스는 콜마BNH 최대주주로 지분 44.6%를 보유하고 있다. 윤 대표가 7.7%, 윤 회장이 1.1%를 보유하고 있다. 윤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자 현직 대표이사다.
이번 사태로 K-뷰티 ODM 업계 전반에도 긴장감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인디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의 인기가 급등하며 ODM 기업들이 수혜를 누리고 있는 상황에서, 콜마그룹 내부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의사결정 지연, 파트너사 수주 경쟁력 저하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언급되는 대표적인 ODM 기업은 한국콜마와 코스맥스가 있다. 두 회사 모두 국내외 화장품 브랜드의 핵심 제조 파트너로, 브랜드 맞춤형 전략을 실현하는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실제로 한국콜마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956억 원, 매출 2조4521억 원을 기록하며 각각 전년 대비 43.64%, 13.75% 성장했다. 순이익은 1327억 원으로 무려 427.77% 증가했다. 코스맥스 역시 매출 2조1661억 원, 영업이익 1754억 원, 순이익 88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21.9%, 51.6%, 133.9% 증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실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콜마그룹의 핵심 생산라인은 안정적으로 가동 중이며, 실무 레벨에서는 기존 파트너십도 큰 동요 없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콜마BNH의 실적 부진도 헬스케어 중심의 포트폴리오 문제에서 비롯된 일시적 요인일뿐, 한국콜마 등 ODM 본업은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뷰티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 이슈가 언론을 통해 부각되고 있긴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ODM 기업과 협업 중인 브랜드 고객사 입장에서는 이를 당장 큰 리스크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지배구조나 오너 리스크 차원의 문제이지, 제품 생산이나 품질, 납기 등 실무에 직접적인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이런 경영권 갈등은 규모가 큰 그룹이라면 한 번쯤 겪는 일”이라며 “이번 일이 콜마그룹만의 특수한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정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인디 브랜드를 운영 중인 한 대표 역시 “결국 고객사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제품을 제때 원하는 품질로 납품받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런 차질은 없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신뢰가 흔들리는 상황은 아니다. 분쟁이 있다고 해서 생산이 중단되거나 공장 가동이 멈춘 것은 아니기에 시장 반응도 제한적”이라고 전했다.
콜마홀딩스는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