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전 부위원장이 방통위의 현실에 대해 안타깝다고 말하며 그 이유를 가혹한 정치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루 전 면직 재가를 받은 김 전 부위원장은 2일 ‘사랑하는 방통위 직원 여러분’이란 제목의 글을 직원들에게 보냈다. 그는 “방송 3법과 방통위 설치법의 개정 등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모든 짐을 맡기고 떠나는 마음이 한없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방통위가 맞닥뜨린 불행한 현실이 꼭 법률이나 그 법률에 기초해 마련된 제도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며 “법률의 목적이나 제도의 취지를 존중하면서 오랜 기간 잘 작동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방통위를 지키고 발전시키려는 여러분의 노력에도 추호의 의심이 있을 수 없지만 방통위가 작금의 안타까운 현실을 겪고 있는 데는 우리 정치의 현실이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인 김 전 부위원장은 지난해 7월 31일 이진숙 방통위 위원장과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명을 받았다. 이 위원장이 탄핵 심판으로 직무 정지된 기간에는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았다. 김 전 부위원장은 지난 4월 말 사표를 제출했으며 이달 1일 수리됐다.
김 전 부위원장은 “20여 년의 공직 생활 중 가장 불같이 보낸 시기”라고 표현했다. 이어 “법관 등으로 일하는 동안 그 평온했던 근무 시간이 모든 공직자에게 당연하게 허락된 것인 줄 알았지만 가늠하기 어려운 큰 특혜라는 것을 방통위에서 일하면서 알게 됐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의 정치 상황이 좀 더 나아져 방통위가 순항하는, 그런 멋진 부처가 되기를 바란다”며 “능력이 짧고 지모가 없는 자에게 과분한 자리였지만, 여러분의 사랑과 도움으로 ‘방송통신인’이라는 멋진 타이틀을 하나 얻었다. 모두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전했다.
이로써 방통위는 이 위원장 1인 체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