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8일 (5)
먹다 만 즉석밥에 종이·비닐도 ‘수두룩’…아파트 종량제 봉투 열어 보니 [르포]

먹다 만 즉석밥에 종이·비닐도 ‘수두룩’…아파트 종량제 봉투 열어 보니 [르포]

수도권 직매립 금지 5개월…재활용 가능 자원 혼합 배출 ‘여전’
서울시 “자치구별 파봉 캠페인으로 쓰레기 배출 습관 개선 유도”

승인 2026-05-08 08:27:56
서울시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종량제 봉투 파봉 캠페인’을 진행하며 확인한 폐기물 속에 음식물쓰레기가 섞여 있다. 노유지 기자
서울시가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종량제 봉투 파봉 캠페인’을 진행하며 확인한 폐기물 속에 음식물쓰레기가 섞여 있다. 노유지 기자

“아이고, 종이에 비닐에……. 먹다 만 피자는 왜 여기다 버렸담.”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 단지. 뚱뚱한 종량제 봉투를 열고 거꾸로 뒤집자 특유의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썩은 폐기물이 뿜어내는 악취에 곳곳에서 경악의 목소리가 터졌지만, 곧바로 탄식이 이어졌다. 겨우 3봉지만으로 4평 남짓의 바닥을 순식간에 뒤덮은 쓰레기 더미 탓이었다. 깨끗한 종이와 비닐을 비롯해 쇠로 된 커튼 봉, 반쯤 남긴 즉석밥, 심지어는 피자 꽁다리까지 섞여 있었다. 다 모으면 봉투 하나는 거뜬히 채울 만한 양이었다.

서울시가 자치구별 종량제 봉투 ‘파봉(내용물 확인)’ 캠페인을 진행한 첫날, 입주민 20여 명이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모였다. 가정에서 버려지는 생활 쓰레기 속 분리배출 가능한 폐기물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서초구를 비롯해 8개 구 생활폐기물을 소각 중인 강남자원회수시설 주민지원협의체가 성상 조사를 도왔다.

이날 교육을 맡은 이병호 강남주민협의체 위원장은 행사에 앞서 “이전에도 자치구를 돌며 종량제 봉투 내용물을 꾸준히 확인해 왔는데, 보통 20~30% 정도가 플라스틱·종이·유리 등 재활용 쓰레기였다”며 “구마다 큰 차이는 없었다. 여기서도 3봉지를 파봉하면 1봉지는 줄어들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번 캠페인에서 솎아 내야 하는 폐기물은 총 6가지로, 음식물쓰레기와 비닐·캔류·플라스틱·병류·종이류 등이었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들이 ‘종량제 봉투 파봉 캠페인’에 참여해 분리배출 가능한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입주민들이 ‘종량제 봉투 파봉 캠페인’에 참여해 분리배출 가능한 쓰레기를 분류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안내가 끝나고 목장갑을 낀 주민들이 종량제 봉투 3개를 한꺼번에 뜯어 분류를 시작했다. 최근 배출됐다는 생활 쓰레기 가운데는 깨끗한 뽁뽁이(에어캡)와 비닐봉지, 종이 포장지가 다량 있었다. 주민들을 따라 내용물을 살펴보던 기자에게는 알맹이 그대로 버려진 양파 등 음식물도 눈에 띄었다. 정체불명의 액체가 사이사이 달라붙어 마치 지층처럼 한 몸을 이룬 폐지 다발도 있었다.

노란 기름이 묻은 비닐 덩어리를 발견했을 때는 잠깐 고민했다. 기자와 동행한 서울시 관계자는 “시에서는 타 지자체와 달리 기름·물 등 액체가 묻은 폐비닐도 그대로 분리배출할 수 있다”며 “고추장·소스처럼 고형물이 묻은 비닐은 물로 헹군 뒤 분리배출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시가 마련한 ‘폐비닐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분리배출 가능한 폐비닐 중에는 △과자·커피 포장지 △스티커 붙은 비닐 △양파망 △보온·보냉팩 등이 포함돼 있다.

내용물 분류를 마치고 남은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 속에 다시 집어넣자 딱 2봉지가 나왔다. 통상 가정집처럼 힘껏 눌러 담으면 1봉지로도 줄일 수 있는 분량이었다. 반포동에서 거주한 지 10년이 넘은 조유순 노인회장은 “분리배출은 주민들 모두가 솔선수범해서 지켜야 한다”며 “남이 대신 해주지 못하는 만큼 스스로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소감을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아파트 관계자는 “1300가구에 달하는 도시민들인데도 폐기물 배출에 대한 의식 수준은 낮아 보여서 안타까웠다”며 “오늘을 계기로 시에서 추진 중인 ‘생활폐기물 다이어트’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시는 1월 ‘생활폐기물 다이어트 천만 실천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종량제 폐기물 감량 대책을 공개했다. 시민 참여를 토대로 다양한 제도·인프라 개선을 병행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캠페인도 해당 사업의 일환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된 ‘종량제 봉투 파봉 캠페인’을 통해 당초 3봉지였던 종량제 봉투가 2봉지로 줄었다. 노유지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아파트 단지에서 진행된 ‘종량제 봉투 파봉 캠페인’을 통해 당초 3봉지였던 종량제 봉투가 2봉지로 줄었다. 노유지 기자

이같은 프로젝트가 마련된 배경에는 올해부터 시행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자리해 있다. 시에 따르면 관내에서 배출되는 종량제 봉투는 일평균 2905t으로, 시내 공공 소각장이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은 전체의 69.4%인 2016t에 그친다. 시 관계자는 “파봉 캠페인을 통해 분리배출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배출 행태 개선을 유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분리배출은 불필요한 소각을 방지하고,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2023년 발표한 ‘6차 전국 폐기물 통계조사’에 따르면, 2022년 가정용 종량제 봉투에 혼합된 채로 배출되는 재활용 가능 자원은 1인당 일평균 38.4g에 달했다. 한 사람이 하루 동안 버리는 종량제 봉투 쓰레기가 평균 126.3g인 점을 고려하면, 분리배출 가능한 폐기물이 매일 약 30.4%씩 섞여 버려지는 셈이다.

권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종량제봉투를 직접 열어보는 경험은 시민들이 분리배출의 중요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작은 습관의 변화가 모여 폐기물 감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하는 자원순환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이달까지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진행될 방침으로, 6일 기준 9개 구가 파봉 체험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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