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4일 (4)
LS전선-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기술탈취 의혹 검찰 송치…분쟁 본격화

LS전선-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기술탈취 의혹 검찰 송치…분쟁 본격화

승인 2026-06-02 16:21:05 수정 2026-06-02 18:33:19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용 공장 전경. LS전선 제공
강원도 동해시 LS전선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용 공장 전경. LS전선 제공
LS전선과 대한전선을 둘러싼 기술유출 의혹 수사가 검찰로 넘어가면서 양사의 분쟁이 향후 장기 소송전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1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서해안 HVDC(초고압직류송전) 에너지 고속도로 1단계 입찰을 앞두고 전선업계 긴장이 가중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안보수사과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대한전선 임직원 4명과 가운종합건축사무소 관계자 7명, 설비업체 관계자 2명 등 총 13명과 각 법인 3곳을 지난달 28일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2023년 충남 당진에 해저케이블 공장 건축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LS전선의 설계도면 등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취득해 설계에 반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LS전선은 2007년 당시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최초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하는 과정에서 가운종합건축사무소에게 2008년부터 2023년까지 해저케이블 공장(1~4동) 설계를 맡겼다.
 
이후 가운종합건축사무소는 대한전선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당진 공장 건축 설계에 착수했다. LS전선 측은 “해저케이블 공장 설계는 장조장(케이블을 중간 접속없이 한 번에 설치)을 포함해 고중량 케이블 생산·보관·이동을 위한 설비가 포함돼 있어 설계 자체가 보안 사항”이라고 주장한 반면, 대한전선 측은 “가온종합건축사무소가 공장 공간을 설계하는 업체이기 때문에 전문업체를 통해 해저케이블 설비를 제작·설치한 것”이라며 “경쟁사의 계약 금액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반박해 왔다.
 
경찰은 2023년부터 3년간의 수사 끝에 가운종합건축사무소 측이 LS전선과 맺었던 비밀 유지 약정을 깨고 회사 내부 자료를 무단으로 대한전선에 제공했다고 보고 검찰로 사건을 넘겼다. 만약 검찰과 법원에서도 대한전선 측 혐의가 인정될 경우 LS전선이 해저케이블 기술 개발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한 만큼, 천문학적 규모의 민사소송이 장기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전선 측은 “송치는 수사기관의 1차 판단일 뿐 위법성이나 책임이 확정된 것이 아니고, 해저케이블 1공장 건설 과정에서 타사 영업비밀을 활용하거나 이를 지시·공모한 사실이 결코 없다”면서 “자체 사업 계획과 부지 조건, 설비 사양, 물류 동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축된 공장”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생산 공정의 특성상 업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공정 흐름이나 설비 배치 요소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회사의 영업비밀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향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관련 사실관계와 법적 쟁점에 대해 소명해 위법성이 없었음을 밝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경찰의 결정에 따라 올 하반기 또는 내년 초 예정된 서해안 HVDC 프로젝트 1단계 입찰을 앞두고 전선업계 경쟁 구도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해안 HVDC 1단계 사업은 호남권 재생에너지를 HVDC 해저케이블을 통해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약 11조원 규모의 국가 인프라 사업으로, 2030년 완공 목표를 달성하려면 산술적으로 늦어도 내년 초 공공 발주가 이뤄져야 한다. 총 3단계 중 첫 번째인 만큼,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대한전선 측은 이번 수사 대상인 시설이 기존 AC(교류) 해저케이블 생산공장과 관련된 만큼 서해안 HVDC 프로젝트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국가 기간망 사업의 공공 입찰 특성상 수사 향방에 따라 기업 신뢰도 평가 등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점도 제기된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1공장에 대한 위법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대상이 아닌 2공장의 향후 사업이나 수주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국내외 프로젝트와 해저케이블 사업은 정상 추진되고 있고, 고객사 및 발주처와의 협력 관계에도 문제가 없는 만큼 해당 수사가 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사는 ESG평가에서 수년간 높은 등급을 받아왔으며, 안정적인 생산 능력과 재무건전성을 보유하고 있어 사업 추진에 대한 불확실성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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