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이어진 한양대병원, 이번엔 인슐린 과다투여

사건사고 이어진 한양대병원, 이번엔 인슐린 과다투여

기사승인 2019-06-24 13:45:18

최근 한양대학교의료원 산하 병원들이 굵직한 사건사고에 휘말렸다. 지난 1년 내에만 2건의 의료사고와 1건의 형사사건 판결이 있었다. 여기에 1건의 의료사고가 추가됐다. 이번엔 1㎏이 채 안 되는 미숙아에게 처방용량의 수십배에 달하는 인슐린 주사제를 투약하려했던 사건이 벌어졌다.

MBC가 지난 21일 보도한 <응급실서 맥주 먹던 전공의… 인슐린 100배 투여> 기사에 따르면 서울 한양대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들이 상시적으로 술과 야식을 시켜먹고, 한 전공의는 지난해 2월 환아의 뇌출혈 치료를 위해 술을 마신 채 처방용량의 100배에 달하는 인슐린을 처방해 쇼크를 유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전공의는 태어난 지 일주일 된 몸무게 0.75g의 미숙아를 75㎏으로 착각해 혈당조절약인 인슐린 투여량을 잘못 계산해 100배에 달하는 용량을 처방했고, 저혈당 쇼크로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이후 환아는 4개월 간 인큐베이터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치료를 받아야했다.

문제는 의료사고에 대해 의료사고 당사자의 부모조차 사건이 있었는지를 알지 못했고, 최근 이뤄진 병원 내부신고 전까진 사건자체가 보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연하지만 해당 전공의를 포함해 당직 근무 등 업무시간에 음주를 했던 의사들에 대한 징계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 병원은 기사가 보도된 다음날인 22일, 인슐린이 과다투여된 것은 맞지만 알려진 100배가 아닌 16.7배가 처방됐고, 투약 중 주사제를 제거해 투여된 총량은 8.35배에 그쳤다고 해명했다. 인슐린을 100배 투여했다는 제보자와 해당 전공의 간의 대화내용은 전공의의 자책과 과장이 섞인 표현이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인슐린 투여행위 또한 2기 이상의 뇌출혈이 동반된 고칼륨혈증 치료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인슐린을 투여한 날의 음주행위에 대해서도 월요인 오전으로 당직근무시간이 아닌 기본 근무시간으로 음주를 할 수 없는 시간이었던 만큼 음주행위가 이뤄질 수는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덧붙여 병원은 “뇌초음파 검사상 뇌출혈 4기는 인슐린 투여 2일 전인 2월17일 검사에서 나타났다. 뇌 보호약제 투여를 위한 보호자 설명은 2월18일 전화로 이뤄졌고, 동의서는 차트에 있다. 인슐린 치료 이후 뇌출혈 4기가 생겼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도 “26일 전공의 교육수련위원회를 열어 사실관계와 추가위법사항이 있는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연이은 사건사고, 원인은 ‘개인일탈’? 후속조치뿐인 병원

생후 일주일 된 미숙아에게 인슐린을 과다 투여한 이번 사건 외에도 최근 한양대병원에서는 여러 유형의 의료사고와 사건사고가 연이어 발생했지만, 의료원은 후속조치를 취할 뿐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선 4월, 한양대병원에 입원한 한 신생아에게 간호사가 유통기한이 지난 수액을 주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주사된 수액은 4달 전에 폐기됐어야하는 제품으로 사실을 확인하고 교체될 때까지 약 200㎖가 이미 환아의 몸으로 들어간 후였다. 

심지어 이 같은 사실은 환아의 부모에 의해 밝혀졌다. 당시 환아의 아버지는 자신의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 “얼마나 수액관리가 소홀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냐”며 병원의 관리소홀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병원은 소아용 수액의 불출 빈도가 낮은데다 수액의 유통, 처치 등을 담당하는 병원 관계자들이 ‘선입 선출’ 원칙을 지켜지지 않았고, 과중한 업무와 수액관리시스템 상의 문제로 인해 이번 일이 발생했다며 사건 이후 수액 전량에 대한 유통기한 확인이 이뤄졌으며 불출 시 보다 면밀히 확인해나갈 계획이라고 답했다.

주사제 투약오류만 발생한 것도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한양대 구리병원에서 허벅지 뼈를 고정하는 수술을 받은 50대 남성의 뼈 속에 전동드릴의 부서진 파편이 박혀 2차 피해를 유발한 사건이 알려졌다.

수술을 받은 환자는 수술 후에도 수술부위가 붓고 염증이 생기는가 하면, 주변의 뼈가 비정상적으로 자라 다른 종합병원에서 드릴 조각이 남아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제거 수술을 받았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수술을 했던 구리병원에서 이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추가조치는커녕 환자에게 관련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환자는 항의했고,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중재를 요청했지만, 병원은 중재요청을 거부하며 별다른 보상 없이 의료소송을 하라는 입장만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재발방지나 의료사고 예방을 위한 교육이나 체계개선, 해당 의사에 대한 문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외에도 병원에서는 전공의 7명을 상습 폭행하고 모욕적인 언행과 언어폭력을 휘둘렀던 의사에 대한 법원의 유죄 확정판결이 내려지는 등 여러 사건사고와 송사에도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가해자의 업무배제 등의 후속조치만 시행했을 뿐, 별다른 예방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과오 등에 대한 자율보고는 앞서 발생한 문제를 되새기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사건 개개에 대한 땜질식 조치만으로는 의료 서비스의 질 향상은 담보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오준엽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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