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단체들 "-린'이는 엄연한 아동 혐오, 사용 멈춰야"

기사승인 2021-05-06 10: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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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단체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시민청이 어린이날을 기념해 진행한 온라인 캠페인 포스터. 이미지=서울문화재단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아동·청소년 시민단체들이 아동혐오 표현을 사용하지 말것을 촉구했다.

5일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는 논평을 통해 신조어 ‘-린이’는 엄연한 혐오 표현이라고 비판했다. 

‘-린이’는 특정 분야에 미숙하고 부족한 초심자를 일컫는 신조어다. 어린 사람을 미숙하고 불완전하다고 여기면서 무시하고, 비하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 위티의 분석이다.

위티는 “사회 곳곳에 어린이의 입장 자체를 금지하는 ‘노키즈존’이 운영되고, 인터넷상에는 ‘잼민이’, ‘-린이’ 등 어린이를 멸시하는 유행어가 활발히 사용되는 등 ’어린 것’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물결이 점점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위티는 “-린이라는 신조어가 공공 기관의 홍보 문구로 쓰일 만큼 사회에 만연해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어린이는 ‘어린아이를 대접하거나 격식에 갖추어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되는데, 그에 비해 현 사회에서 본래의 뜻과는 다르게 주린이, 요린이 등의 언어 사용이 유행한다”며 “그 이유는 어린이가 부족하고 불완전하다는 사회의 보편적 인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위티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것은 나이를 기준으로 능력을 판가름하고 나이 어린 이를 무시하는 사회가 아니라, 더 많은 불완전함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다”라고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4일 논평을 내고 아동을 향한 차별 소지가 있는 단어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린이는 아동을 어른과 같은 독립적인 존재로 보고 존엄성을 존중하는 단어로, 소파 방정환 선생이 처음 사용한 단어”라며 “최근 들어 미숙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보는 차별의 언어로 변질돼 쓰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난달 서울 시민청이 ‘첫 도전을 시작하는 우리는 모두 어린이’라는 취지로 ‘-린이 온라인 이벤트’를 진행했다가 (어린이) 비하 의미가 담겼다는 지적을 받고 해당 게시글을 삭제했다”며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초보를 뜻하거나 실력이 낮다는 의미로 아동 비하의 언어가 만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17년 지구촌 16개국을 대상으로 아동 존중 의식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최하위 수준인 15위로 나타났다”며 “아동을 미숙한 존재로 낮춰보지 말고, 차별의 언어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문화재단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어린이날 기념 온라인 캠페인 ‘O린이 날·☆린이 날·△린이 날’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린이’는 어린이가 미숙하고 불완전하다는 편견을 강화하는 아동혐오 표현이라는 비판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이 캠페인을 시작 하루만에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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