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경제 이야기] ‘그놈 목소리(Voice Of A Murder, 2007)’와 목소리 경제학

최문갑 / 기사승인 : 2021-07-23 00: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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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조수미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으로부터 '신이 내린 목소리', 그리고 주빈 메타(Zubin Mehta, 1936~)로부터 '100년에 한두 사람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의 주인공이다'라는 극찬을 받았다. 이런 아름다운 목소리로 그녀는 세계적인 프리마 돈나가 되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목소리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들을 꾀어 죽이는 ‘사이렌’의 경우는 그 반대이다. 반면에 ‘마리아 칼라스’는 좋은 목소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심지어 목소리를 포기함으로써 사랑을 이루기는커녕 슬프게도 바다 거품으로 사라지고 만 ‘인어공주’도 있다. 대화란 서로를 이해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수단인데, 그런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기 때문이다.

영화 <그놈 목소리(Voice Of A Murder, 2007)>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압구정동 이형호 유괴살해사건’을 소재로 하였다. 1991년 1월 29일 서울 압구정동에서 유괴당한 9살 이형호 군이, 44일 만인 3월 13일 잠실대교 부근 한강고수부지 ‘토끼굴’에서 싸늘한 사체로 발견되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범인이 끊임없는 협박전화로 비정하게 부모를 농락했다는 점, 그 범죄 수법이 경찰의 추적을 유유히 따돌릴 정도로 치밀하고 지능적이었으며, 단서를 남기지 않았던 범죄라는 점이 당시 세간에 큰 화제가 되었다.

영화는 9살짜리 아이가 유괴당한 후 유괴범의 44일간의 피말리는 협박 전화에도 불구하고, 실낱같은 희망에 매달려 하루하루 불행을 견뎌내는 애끓는 부모(설경구, 김남주)의 심정을 담아냈다. 실제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잡히지 않은 범인의 유일한 단서인 ‘협박전화 목소리’를 또 하나의 주인공으로 설정하였다. 목소리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끔찍함을 안겨주는지를 알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알 수 있듯이,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사람을 고통스럽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좋은 목소리는 호감과 신뢰감을 줄 수 있다. '목소리, 누구나 바꿀 수 있다!'의 저자 우지은은, “호감과 신뢰감을 주는 사람이 되려면 화술이 아닌 목소리부터 챙겨야 한다”며, 목소리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특히, 목소리는 텔레마케터나 쇼호스트 같은 직종에서 그 중요성이 더 크다. 텔레마케터(tele-markerter)는 전화를 활용하여(tele-) 고객에게 고충해결, 상품 홍보를 통하여 구매의욕을 높이는 영업활동(marketing)을 하는 사람으로 전화통신 판매원, 커뮤니케이터, 텔레폰 컴퍼니언 등의 명칭이 사용되고 있다. 텔레마케터는 전화로만 대화하기 때문에 부드러움, 친절함, 친밀감을 통하여 호감을 줄 수 있는 여성에게 적합한 직종이다. 그리고 홈쇼핑(home shopping; 편안하게 집에서 즐기는 쇼핑)에서 소비자들의 구매과정에서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람이 쇼호스트이다. 쇼호스트는 TV를 통해 고객을 창출하는 전문적인 마케터로, 매력적인 이미지와 화법을 통하여 상품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시켜 구매로 이어지게 한다.

따라서, 건강한 목소리를 관리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진한은 ‘건강한 목소리 관리 10계명’(“믿음직한 중저음에 울림있는 목소리, 청중의 마음까지 잡는다”, 동아일보, 2010. 5.12. C2면)을 제시하였다. 즉, ① 헛기침은 되도록 자제하고 물을 마시거나 콧소리를 낸다. ② 충분한 호흡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천천히 말한다. ③ 감기에 걸렸을 때는 가급적 말을 적게 한다. ④ 담배나 술은 피하고 건조한 환경을 피한다. ⑤ 따뜻한 증기를 입으로 들이마신다. ⑥ 비염, 축농증, 위산억류에 걸렸다면 치료를 받는다. ⑦ 목 주위를 자주 마사지해 근육을 부드럽게 한다. ⑧ 하루에 최소 2L의 물을 마신다. ⑨ 단백질 식품을 늘리고 고지방, 향신료, 카페인 음식은 줄인다. ⑩ 잠자기 두 시간 전부터는 음식을 피한다.

물론, 앞에서 제시한 텔레마케터나 쇼호스트에게는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타인과의 의사소통에 있어서는 무엇을 말하는가 보다도 ‘어떻게 말하는가’, ‘어떻게 보일 수 있는가’라는 감각적인 면이 대단히 중요하다. “남을 사랑할 줄 알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좋은 목소리”(김혜란)라는 말은 그래서 더 큰 의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