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향하는 현대차·기아…“이러다 잘린다” 휘청이는 소부장

美 향하는 현대차·기아…“이러다 잘린다” 휘청이는 소부장

현대자동차·기아 미국 현지 부품 조달 비중 40%까지 확대할 예정
자동차 전문가 "정부가 국내 소부장 기업에 대한 맞춤형 정책 시행해야..."

기사승인 2025-08-20 06:00:08 업데이트 2025-08-20 09:18:51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부품 조달 비중을 40%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완성차 대기업은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앞세워 해외 거점을 넓힐 수 있지만, 영세한 소부장 협력업체들은 공급망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지난달 24일에 발간한 한국자동차연구원의 산업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완성차 계열사를 포함해 R&D 투자 추정이 가능한 국내 주요 부품기업 213곳 중 대·중견기업은 119곳(56%), 중소기업은 94곳(44%)으로 조사됐다. 주요 부품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62%에 그쳐 글로벌 경쟁사 평균(7.5%)의 절반 수준이다. 관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현장 분위기도 불안하다. 한 중소 부품사 직원은 “어떻게든 자본을 끌어모아 미국에 생산 시설을 마련하려는 분위기”라며 “아직 직접적으로 체감되진 않지만, 내부에서는 ‘이러다 다 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전했다. 또 다른 중견기업 관계자는 “관세라는 말 자체가 금기어처럼 여겨질 정도로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자동차 산업은 완성차 업체가 자회사나 계열사, 혹은 장기간 거래한 특정 협력사와 긴밀하게 묶여있는 구조다. 이런 특성 때문에 현대차·기아가 현지 협력사로 조달처를 바꾸면 1·2차 협력사의 매출 감소로 직결되고, 국내 소부장 기업은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우려가 커지자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정책금융 공급 규모를 기존 13조원에서 15조원으로 확대하고,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세금·관세 납부 기한 유예를 통해 중소 소부장 기업의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중소벤처기업부도 자동차 부품·철강 업종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4조6000억원 규모의 긴급 정책 자금을 투입했다. 미 행정부의 고율 관세 조치로 경영환경 악화가 예상되는 기업을 선별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관세에 대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의 우려가 커지자 중소벤처기업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는 기업 지원에 나섰다. 연합뉴스

업계에선 국내 소부장 기업의 대응 방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차·기아의 미국 현지 조달 확대를 두고 “고관세 부담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국내 부품업계의 타격을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현대차가 1차 협력사만 약 300곳 이상인데, 이 중 미국 공장을 보유한 업체는 약 50곳에 불과하다”며 “현지 조달이 늘면 국내 물량이 대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과 현지 생산기지 확보가 필수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대기업 협력사는 미국에 따라가 공장을 세울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은 불가능하다”며 “만약 세운다고 하더라도 인건비가 높아 국내 생산보다 비용 부담이 크며 장기적으로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최소 5년 동안은 수익을 내지 못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다만 정부 지원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국내 소부장 기업들이 수출 단가를 낮춰 관세 부담을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중장기적으로는 R&D와 생산 효율화에 대한 정부의 ‘핀셋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지원 우선순위를 명확히 정해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대기업 중심의 R&D 지원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중소기업은 단발성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단기적인 성과만을 평가하고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방식은 고쳐져야 한다. 중소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추가적 지원 필요성을 두고 상황을 지켜보는 단계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현재는 관세 관련 국내외 흐름을 점검하는 과정으로, 필요할 경우 추가 보완 대책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수지 기자
sage@kukinews.com
김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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