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바뀌어도 보호받지 못한 여성들

한성주 / 기사승인 : 2021-09-19 07: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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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파리골목 화재참사 21주기] ②성매매방지법, 피해자는 추궁하고 구매자는 솜방망이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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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바뀐 법도 성매매 피해 여성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성매매방지법)은 피해 여성이 스스로 피해 사실을 입증하도록 집요하게 추궁한다.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위계·위력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협박을 받았거나 △마약에 중독됐거나 △청소년 또는 장애인 가운데 의사 결정 능력이 없거나 △인신매매 피해를 당했어야 한다. 이 조건에 해당한다는 증거를 보여주지 못하는 피해자는 자발적 성매매자다. 이들은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는 조항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피해 여성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해야 한다. 부당한 선불금, 빚, 감금과 폭력의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때문에 여성시민단체 활동가와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 혼자 수사·재판에 임하는 피해 여성들은 대부분 입증에 실패한다. 업주와 알선자의 보복이 두려워 진술에 소극적인 여성들도 적지 않다.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여성은 대부분 벌금형을 받는데, 벌금을 납부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에 재유입되는 악순환도 나타난다. 성매매 피해 여성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담긴 성매매방지법이 오히려 이들의 발목을 붙잡는 셈이다.

성구매범에 대한 처분이 가볍다는 점도 문제다. 재구매를 막지 못해 성매매 산업을 지속시켰다. 법무부는 2005년부터 ‘존스쿨’ 제도를 도입해 성구매 초범을 기소유예했다. 대신 하루 8시간씩 이틀간 성매매 예방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성구매로 적발돼도 이틀만 연차를 내고 교육을 받고 오면 그만이다. 지난해 검찰연감에 따르면 2019년 성매매 사건 7146건 중 70%에 해당하는 4940건이 불기소 처리됐다. 

솜방망이 처분조차 원칙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미성년자 대상 성구매범과 재범은 존스쿨을 이수할 수 없다는 규정이 빈번하게 위반됐다. 지난 2011년까지 도입 6년간 10만명이 존스쿨을 이수했는데, 이 중 933명이 2회 이상 이수자로 파악됐다. 3회 이상 이수자도 11명 발견됐다. 미성년자 대상 성구매범도 409명이나 존스쿨을 이수하고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성매매방지법이 정말 성매매를 방지할 수 있도록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성매매 피해자도 처벌을 받을 수 있게 규정한 법 조항을 수정해야 탈성매매 지원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UN성차별철폐위원회는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처벌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핀란드 등 북유럽 복지국가들은 성매매 업주와 성구매범만 처벌하고, 피해자의 자활을 지원하는 ‘노르딕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 역시 뉴욕주, 메릴랜드주, 펜실베이니아주 등의 검찰이 성매매 피해 여성을 기소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성구매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저지른 범죄에 상응하는 타격을 체감하지 못하면 재범을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성구매범, 성매매 업주·알선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 누구나 이들의 실명, 주소, 컬러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등록된 정보는 재범을 억제하기 위해 5년 이내 동종범죄가 없어야 삭제된다. 성구매범이 직장생활과 사회활동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페널티를 감수하게 되는 구조다.

취재 도움= 민은영 군산여성의전화 대표,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대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2010-2014 여성인권판례비평 사법정의와 여성Ⅲ>,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국제형사정책동향<성매매재범방지대책과 ‘존 스쿨(John school)’>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