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에 아이가?” 무모한 질주, 막을 방법은

기사승인 2021-11-06 06: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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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에 아이가?” 무모한 질주, 막을 방법은
지난 2018년 전북 김제시 황산동 모 영농 앞 4차선 도로에서 무면허 고등학생이 몰던 그랜저 승용차와 1t 트럭, 또 다른 1t 트럭 등 차량 3대가 잇따라 충돌, 그랜저 운전자와 동승자 등 2명이 숨졌다. 전북소방본부

초등학생과 중학생 등 미성년자가 무면허로 운전, 사고를 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5일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무면허 사고 6066건 중 20세 이하가 낸 사고는 1112건에 달했다. 전체 무면허 사고의 18.3%다. 20세 이하 무면허 운전자가 낸 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28명에 달했다. 부상자는 1591명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충북 청주 청원구 한 도로에서는 차량이 천막 지지대를 들이받았다. 운전석에는 A군(8)이 앉아있었다. A군은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열쇠를 찾아 400m 정도 운전했다. 지난달 2일에는 대구에서 한 초등학생(8)이 아파트에 세워진 1t 트럭을 몰고 1시간가량 달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운전석에 아이가?” 무모한 질주, 막을 방법은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부근 38번 국도에서 고등학생인 A(18) 군이 몰던 승용차가 빗길에서 도로변의 건물을 들이받아 차량 탑승자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 경기도재난안전본부

무모한 질주가 사망으로 이어지는 일도 다수다. 지난 2018년에는 경기 안성에서 무면허 고등학생이 렌터카를 빌려 또래 학생 4명을 태우고 빗길을 달리다 건물을 들이받았다. 사고 직전 시속은 135㎞로 조사됐다. 운전자를 비롯해 학생 4명이 숨졌다. 1명도 중상을 입었다. 2019년 10월 울산에서 중학생이 친구 4명을 태우고 차량을 운전하다가 가드레일과 연석 등에 충돌했다. 운전자와 동승했던 친구 1명이 숨졌다. 나머지 3명도 다쳤다.

무고한 시민을 다치게 하는 일도 있다. 지난해 3월에는 중학생이 또래 친구들과 승용차를 훔쳤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배달 오토바이를 몰던 새내기 대학생을 숨지게 했다.

청소년의 무면허 운전을 막을 방법은 없을까. 최근 안면인식을 통해 운전자를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이 차량에 도입됐다. 차주 또는 허가된 이가 아니면 차를 운전할 수 없다. 다만 일부 차량에만 도입돼 아직 전반적인 상용화는 요원한 상황이다.

전문가는 유아·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상권 한국교통안전공단 대전세종충남본부 안전관리처장은 “운전에 대한 호기심은 높지만 얼마나 위험한지 모르는 유아·청소년들이 대다수”라며 “학교에서 교통안전 교육을 정규화하고 가정에서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아·청소년의 무면허 운전을 호기심, 사춘기 일탈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면서 “유치원 때부터 교통법규를 준수하도록 교육해야 한다. 법규를 지킬 때,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나도 안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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