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저리(Misery, 1990)'와 경제고통지수(經濟苦痛指數, Economic Misery Index) [정동운의 영화 속 경제 이야기]

최문갑 / 기사승인 : 2021-12-02 11:44:52
+ 인쇄

정동운(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정동운 전 대전과기대 교수
모든 사람들은 행복을 추구하지만, 고통에 시달리는 경우가 더 많아 보인다. 행복한 마음보다 고통의 느낌이 더 오래 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죽은 사람에게는 고통이 없으므로 살아 있다는 증거이다. 고통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면 참아낼 수도 있지만, 타인에 의해 발생한다면 극복하기 어려울 수 있다.

영화 <미저리(Misery, 1990)>는, 제목 그대로 ‘정신적․육체적으로 심한 고통’을 보여주는 영화다. '미저리'라는 시리즈 소설의 성공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부와 명성을 얻었으나, 비평가들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아쉬웠던 폴 셸던(제임스 칸). 그는 소설 속의 주인공 미저리를 죽이는 것으로 결말을 내리기로 작정한다. 어느날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자,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 있던 광적인 팬 애니 윌크스(케시 베이츠)는, 그를 구하여 외딴 곳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 감금한다. 소설의 결말을 알게 된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 의도하는 데로 미저리를 살리는 내용의 소설을 쓰도록 강요한다. 그러자 소설가는 고통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살인을 하게 된다. 고통에 시달리는 소설가의 모습은, “폴 쉘던은 생계를 위하여 글을 썼으나, 현재 그는 살아남기 위해 쓰고 있다”는 말로 표현된다.

이러한 고통을 경제적 측면에서는 ‘경제고통지수’로 표현한다. 경제고통지수(經濟苦痛指數, Economic Misery Index)는 국민들이 특정시점에서 느끼는 경제적 고통의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미국의 경제학자 아더 오쿤(Arthur Okun)이 날씨의 ‘불쾌지수’에 착안하여 고안한 것이다. 이 지수는 ‘실업률’에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더한 수치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삶의 질을 계량화해서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물가가 오르거나 실업률이 높아지면 이 지수도 상승하므로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삶의 고통도 커진다. 따라서 한 나라의 1년간의 경제성과를 가늠하는 척도로 널리 활용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1월에서 10월까지의 ‘경제고통지수’는 평균 5.9이었는데, 2011년 연평균 7.4를 기록한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이다. 2011년 이후 경제적 고통이 최고였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서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더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2021년 10월 현재, 공식 실업자는 물론 원하는 만큼 일하고 싶지만 일하지 못하는 불완전 취업자 등의 체감상 실업자를 포함한 ‘확장 실업률’(11.7%)과 서민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생활필수품을 중심으로 한 ‘생활물가자수 상승률’(4.6%)를 더한 ‘서민경제고통지수’는 16.3이었다. 이 지수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 지수가 높다는 것은 서민이 체감하는 밥상물가와 실업률이 높아 실제로 서민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 크다는 뜻이다.


덧붙여 경제고통지수는 ‘생활경제고통지수’(=생활물가상승률+체감실업률), ‘지역별 경제고통지수’(=실업률+물가상승률+부도율-생산증가율), ‘사회경제고통지수’(=[표준화한] 소비자물가상승률+[표준화한] 실업률+[표준화한] 소득배율+[표준화한] 범죄율+[표준화한] 자살률)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한 사람에게 닥친 극단적인 고통을 보여주고 있지만, 경제고통지수는 국민 경제 전체적인 면의 척도이다. 이 지수는 소득수준에 따라 고통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데 경제고통지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아가 경제적인 측면 외에도 사회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LG경제연구원에서 작성한 ‘사회경제고통지수’는 그 의미가 크다. 경제성장 외에도 양극화 문제와 자살, 범죄 등 사회문제도 동반 개선되어야 국민들의 삶의 고통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껍질이 깨어지는 아픔을 겪어야 새 생명이 탄생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에도 거듭나는 고통이 따른다. 그러기에 고통을 극복한 사람들의 삶은 우리에게 희망이 빛이 된다. ‘성숙은 고통의 산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