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크’처럼 단단하고 ‘칸’처럼 과감했던 ‘제우스’ [LCK]

기사승인 2022-04-03 00: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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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처럼 단단하고 ‘칸’처럼 과감했던 ‘제우스’ [LCK]
T1 탑 라이너 '제우스' 최우제.   사진=임형택 기자

‘제우스’ 최우제를 처음 본 것은 2020년 방영된 ‘롤 더 넥스트(LoL THE NEXT)’를 통해서 였다. 당시 라이엇 코리아는 ‘LoL e스포츠 10주년을 맞아 차세대 스타를 발굴하기 위한 오디션을 진행했고, 최우제는 최종 10인에 포함됐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가능성을 입증한 최우제는 지난해 만 17세의 나이로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스플릿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그는 폼이 떨어진 ‘칸나’ 김창동(현 농심 레드포스)을 대신해 19게임에 나서 12승을 거뒀다. 특출난 모습을 보여주진 못했지만, 신인답지 않은 안정감을 보여주며 기대를 높였다.

그리고 최우제는 사실상 주전으로 나선 첫 시즌 만에 LCK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T1은 2일 오후 5시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22 LCK 스프링 스플릿’ 플레이오프 젠지 e스포츠와의 결승전에서 3대 1 완승을 거뒀다. 프로 데뷔 처음으로 결승전에 출전한 최우제는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팬들을 웃음 짓게 만들었다.

이날 최우제의 활약은 눈부셨다. 경기 내내 ‘도란’ 최현준을 라인전 단계부터 압박했다. 백미는 승리를 확정지은 4세트였다. 최우제는 ‘케넨’을 뽑아 최현준의 ‘아크샨’을 완벽히 무력화시켰다. 특히 과감히 점멸과 ‘번개질주(E)’를 사용해 ‘오너’ 문현준의 갱킹에 호응하면서 선취점을 따낸 장면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조커카드로 선택된 아크샨이 초반 허무하게 전사하면서 젠지의 조합은 초반부터 힘을 잃었다.

우승이 확정된 후 최우제의 표정은 비교적 초연했다. 눈물을 감추지 못한 ‘케리아’ 류민석, ‘오너’ 문현준의 반응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경기 종료 후 진행된 미디어 인터뷰에서 최우제는 “경기 시작하기 전 리허설 할 때는 감정 복받쳐 오르고 눈물도 날 뻔 했는데 우승하고 나니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열린 결승 미디어데이에서 그는 “야외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긴장을 많이 할지도 궁금하고, 부담을 덜고 잘하고 싶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그는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인게임 플레이에서는 그의 긴장감을 느낄 수는 없었다.

최우제는 “관중 분들 되게 많았는데, 부스에서 게임 하면은 관객분들이 응원봉 흔드는 게 보였다”면서 “최대한 그런 걸 안 보려했고, 연습실에서 게임하려는 것처럼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세트 라인전 단계에는 긴장을 조금 했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다음 세트부터는 긴장이 풀린 거 같다”고 답했다.

이날 그는 ‘카밀’, ‘루시안’, ‘제이스’, 케넨 등 총 네 개의 챔피언을 꺼내들었다. 정규 시즌에도 그는 넓은 챔피언 폭(12)을 선보인 바 있다. 단단함이 필요할 땐 팀을 위해 방패를 들었고, 해결사 역할을 수행해야 할 때는 거침없이 ‘칼챔(칼+챔피언, 공격적 성향이 강한 챔피언)’을 선택했다. 최우제는 “챔피언 폭 같은 경우나 스타일에서는 많은 챔피언 폭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선수의 경쟁력이라던지 이런 게 올라간다고 생각해서 그런 스타일을 정해두지 않고 최대한 많은 선수들 장점 흡수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2021 시즌이 끝나고 스토브리그 당시 T1은 주전 탑 라이너 김창동을 농심에 내줬다. 대다수의 팬들은 탑 라인 보강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표했고, 몇몇 팬들은 유명 탑 라이너의 이름을 거론하며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부분 최우제의 잠재력은 인정하지만 아직 주전을 맡기기엔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주전으로 발돋움한 첫 시즌 최우제는 자신을 향한 우려를 모두 환호로 바꿨다. 그는 신인답지 않은 수많은 노림수를 흘려냈고, 때로는 최정상급 탑 라이너들이 종종 보여주는 과감한 공격성으로 게임을 풀어냈다.

기자는 종종 최우제의 플레이를 보면서 과거 T1에서 활약한 탑 라이너들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체 중심의 게임을 할 때 그는 상대 정글러의 공세를 묵묵히 버텨내면서도 라인전도 밀리지 않았다. 제이스, ‘이렐리아’와 같은 캐리형 챔피언을 뽑았을 때는 상대방을 압살하면서 탑 라이너의 로망의 보여줬다.

‘듀크’ 이호성처럼 단단하게, 때로는 ‘칸’ 김동하처럼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주전으로 발돋움한 첫 시즌 기량을 만개한 최우제는 전임자들의 장점을 모두 보여줬다. 첫 번째 LCK 우승컵을 들어올린 그는 이제 국제 대회 타이틀을 정조준한다. 다음달 부산에서 열리는 ‘2022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에 참석해 세계에 자신을 소개한다.

강한결 기자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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