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에는 사면초가에 빠진 오디세우스 이야기가 나온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항로에서 괴물 스킬라와 소용돌이 카리브디스 중 하나를 골라 맞서야 했다. 괴물은 부하를, 소용돌이는 배를 잃는 위험이 있었다. 나아가려면 선택해야 했다. 결국 오디세우스는 괴물과 싸웠고 부하 여섯을 잃었다. 그는 후회했을까, 문제에 정답은 있었을까. 쿠키뉴스 특별취재팀이 만난 지방 청년은 모두 한 명의 오디세우스였다. 서울로 갈 수도 고향에 남을 수도 없는 진퇴양난 인생. 어떤 선택지를 골라도 일자리, 집, 생활비, 외로움의 고통이 따라왔다. 땅 위에서 부유하는 지방 청년들. 고향에 남은 이의 이야기는 [마지못해, 상경] 홀수 편에, 상경한 이의 목소리는 짝수 편에 담았다.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한 지방 청년의 삶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편집자주]
3분의 1은 수도권에 일자리를 잡았다. 또 다른 3분의 1은 수도권 외 각 지역으로 흩어졌다. 나머지 3분의 1은 고향에서 일한다. 2020년 대졸자 이동경로 조사에 참여한 전북 전주 출신 중 취업자 221명을 분석한 내용이다. 전주에 머물며 일하는 사람은 70명. 약 32%다. 김바름(여·30·가명)씨도 여기 속한다. 그도 한때 상경을 꿈꿨다. 현실적으로 서울 집세·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가족이 있는 전주가 좋았다. 그래서 머무는 것을 택했다.
김씨는 시 산하 기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한다. 대학 졸업 후 구한 5번째 일자리다. 사기업부터 공공기관까지 전주 내 사무 계약직을 전전했다. 6년 동안 일했지만 월급이 세후 200만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이마저도 최저임금이 올라서 가능했다. 근무 환경도 열악했다. 사기업에서 일했을 때는 연차 휴가도 받지 못했다. 김씨가 일했던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았다. 토요일에 출근하거나 하루 업무 시간이 10시간을 넘는 곳도 있었다. “공무원 시험을 포기한 후에 당장 일할 곳을 알아봤는데 가능한 건 사무 계약직뿐이더라고요. 그나마 공공기관은 한 달 만근하면 연차를 주니까 ‘계약직을 하더라도 공공기관에서 해야 겠다’ 생각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