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국회의원 무슨 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쿠키인터뷰]

김예지 의원, 헌정사상 최초 ‘배리어프리’ 의정보고서 발간
“장애인 위한 특별한 배려보단 국민 기본권 보장 의미”

기사승인 2023-01-19 06: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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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국회의원 무슨 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쿠키인터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세상엔 다양한 장벽이 있어요. 그 벽을 허무는 것이 제가 정치를 하는 이유예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헌정사상 최초로 ‘배리어프리(barrier-free)’ 의정보고서를 발간했다.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정활동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그의 의지가 담겼다. 

김 의원은 17일 국회에서 쿠키뉴스와 만나 “국회의원이 1년 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아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장애인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공동체의 의사결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의정보고서에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향유할 수 있도록 점자, 사진, 음성, 영상, 자막 등 다양한 접근성을 고려했다. 설명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QR 코드도 삽입됐다.

‘장애인용’을 별도로 제작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간 국회에도 점자로 의정보고서를 발간한 사례는 있었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용이 한 책자에 담긴 의정보고서는 헌정사상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박진 당시 한나라당 의원, 2008년 강석호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시각장애인용 점자 의정보고서를 제작해 맹아학교 등에 보낸 바 있다.

“장애인도 국회의원 무슨 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쿠키인터뷰]
2022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의정보고서. 묵자본(왼쪽)과 점자출력본(오른쪽)이 함께 제본돼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장애인식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에서 이번 의정보고서를 발간했다. 김 의원은 “장애인의 다양한 정보 접근 방식을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직접 체험함으로 국민들의 장애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최초’라는 단어가 따라붙는 만큼, 제작에는 정성이 더 필요했다. 김 의원은 “의정보고서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외부업체가 있으나, 점자를 제작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점자 문서를 제작하는 곳을 찾아가 의뢰를 했다”며 “점자 검수도 직접 일일이 하며 정성을 들였다”고 밝혔다.

다음 의정보고서에는 ‘이지 리드(Easy-Read)’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지리드는 쉬운 문장과 그림으로 장애인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이다. 김 의원은 “이번 의정보고서에는 이지리드 방식을 포함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며 “2023 의정보고서에는 이지리드 방식을 포함해 좀 더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려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행보에 국회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김 의원은 “처음 21대 국회에 입성했을 때 명함에 점자표시가 없는 분도 많았는데, 점점 늘고 있는 게 보인다”며 “저의 존재로서 관심도가 높아진다는 것이 국회에서 일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꾸준히 약자를 위해 목소리를 내온 덕분이다. 지난 2021년 국회를 통과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대표적이다. 편의점에서도 손쉽게 살 수 있는 안전상비의약품에 점자 또는 점자·음성변환용 코드를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이 법은 2024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점자 표기를 의무화하는 화장품법 개정안, 식품 등의 표시 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국회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법으로 의무화하고 있지 않지만, 여러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김 의원은 “약사법 시행 전 이미 점자 표기를 하는 제약사들이 많아졌다. 화장품법·식품법 개정안도 아직 계류 중이지만, ‘순한맛’인지 ‘매운맛’인지 점자로 표기된 라면도 생겼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배리어프리 의정보고서에 ‘헌정사상 처음’이라는 단어가 붙었지만, 사실 돌이켜보면 당연하다”면서 “장애인을 위해 특별히 배려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탄생했다. ‘장애인 접근성’이라는 거창한 단어보단 헌법이 중시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지켰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장애인도 국회의원 무슨 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쿠키인터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17일 국회에서 쿠키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변화하고 있지만, 아직 허물어야 하는 장벽이 남아있다. 김 의원이 꼽은 과제는 ‘터치스크린 접근성 개선’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역으로 장애인 등 취약계층에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가령 승강기가 터치식으로 바뀌는데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나 표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어디로 가는지 알 수가 없다. 접근 자체가 차단되는 사람이 생긴다는 의미”라며 “애초에 키오스크를 제작할 때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남은 임기 동안 더 많은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포부다. 김 의원은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법안 외에도 기업의 자발적 참여 같은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이 이뤄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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