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기능 커진 메타버스…“아이들 통합적 관심 이뤄져야”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학술대회서 ‘메타버스 시대 명암’ 조명
“코로나19와 메타버스 성장 맞물리며 ‘디지털 격리’ 심화”
교묘해지는 ‘사이버불링’…다양해지는 사이버 학교폭력 양상 우려

기사승인 2023-05-21 09: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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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기능 커진 메타버스…“아이들 통합적 관심 이뤄져야”
사진=변준언 쿠키청년기자

메타버스 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사이버 폭력에 빠지지 않도록 학교와 가정에서 통합적 교육과 관심이 이뤄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지난 19일 세종대학교 대양AI센터에서 개최한 춘계학술대회에서 홍성관 한국IT직업전문학교 교수는 메타버스를 ‘동전의 양면’에 비유했다.

‘메타버스 시대의 명암과 정신건강’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홍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현실 친구보다 더 이상적인 인공지능 친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현실 속 친구와 싸우게 되면 어떻게 화해할지 방법을 모르고 화해 과정도 고단한데, 인공지능 친구는 완벽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아이들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는 가상의 공간 안에서 완벽한 친구들에게 인정받는 온전한 나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단순히 역할 놀이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 뭔가를 사고파는 게 가능하고 꿈꿨던 것들을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빠져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타버스의 순기능과 역기능은 분명하다”면서 “3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역기능이 커진 점이 우려된다”고 했다.

코로나19 유행과 메타버스의 성장은 맞물렸다. 사람과 마주하지 않고 대화하는 ‘디지털 격리’가 심화됐고, 이에 따라 아이들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본적 역량은 상대적으로 빈약해졌다.

홍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말은 잘하지만 읽고 쓰고 이해하는 문해력이 부족한 경향을 보인다”며 집중시간도 짧고 친구 맺기와 끊기 두 가지 패턴으로 사람과 어울리는 것이 특화됐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메타버스 시대에서 디지털 기술이 확장되면서 새로운 양상의 학교폭력이 일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방수영 노원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메타버스 시대의 학교폭력’ 발제를 통해 전화나 SNS를 이용해 반복적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사이버스토킹’, 얼굴을 합성해 유포하는 ‘지인능욕’, 특정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자해를 강요하는 ‘인증놀이’ 등 사이버 학교폭력 양상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방 교수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사이버폭력 가해 동기는 ‘상대방이 먼저 그런 행동을 해서’가 36.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재미나 장난 혹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26.2%), ‘상대방이 싫어서 혹은 상대방에게 화가 나서’(24.5%),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17.1%) 순으로 나타났다.

방 교수는 “요즘 아이들은 사이버 학교폭력도 걸리면 처벌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 교묘하게 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유리한 증거를 남기는 등의 시도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사이버불링’, 즉 온라인에서 특정 대상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행위를 하지 않고, 극단적인 정보들을 무분별하게 흡수하지 않도록 살피는 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 기술이 선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부각된다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게 아니라, 되도록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이 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더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박장호 울산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메타버스 시대에서의 자아상’ 발제를 통해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아이들의 장시간 모바일기기 사용, 사회적 분리, 부적절한 콘텐츠 노출, 학업 수행능력 저하 등 부정적 결과를 초래했다”면서도 “입시 위주의 경쟁적이고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이 회피공간으로 가상세계에 열광하는 게 과연 나쁘고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기술 발달로 인해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디지털 기술을 허용할지 말지 이분법적으로 접근하기 보단 학교와 가정에서 얼마나 어떻게 통합적 교육과 관심이 이뤄져야 할지 더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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