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암표 왜 잡기 어려울까 [궁금해서]

기사승인 2023-11-18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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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암표 왜 잡기 어려울까 [궁금해서]
가수 임영웅 콘서트 현장. 이 공연 암표는 500만원이 넘는 가격으로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왔다. 물고기뮤직

4224건.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접수한 대중음악 공연 암표 신고 수다. 일명 ‘플미’(프리미엄·웃돈)를 붙인 암표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중음악 공연이 문을 닫은 2020년 359건에서 오프라인 콘서트가 재개된 지난해 4224건으로 대폭 늘었다. 공연기획사와 K팝 가수 소속사들은 자체 모니터링으로 암표를 적발하고 있으나 암표를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업계에선 ‘매크로를 없애지 않는 한 암표를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란 자조가 나온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티켓 부정거래는 크게 ‘플미’ ‘아옮’(아이디 옮기기) ‘댈티’(대리 티켓팅)으로 구분된다. 자신이 예매한 표에 웃돈을 붙여 파는 ‘플미’ 거래, 자신의 아이디로 예매한 티켓을 상대 아이디로 옮겨준 후 수수료를 받는 ‘아옮’, 상대 아이디로 예매처에 접속해 티켓을 예매하고 수수료를 받는 ‘댈티’ 등이다. 현장 판매되는 티켓을 대량으로 사들인 뒤 공연장 인근에서 되파는 사례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공연계 관계자 A씨는 “암표상이 조직화하며 수법도 고도화했다”고 말했다. 암표상이 웃돈을 받기 전까지 판매하는 좌석을 정확히 밝히지 않거나 티켓 예매와 중고 거래를 분담하는 등 기획사 추적을 피하는 방식이 교묘해졌다는 의미다. A씨는 “객석 규모가 1000석을 넘어가면 실시간 모니터링이 어려워진다”면서 “특히 뮤지컬은 티켓 수령 시 본인 확인을 요청해도 관객의 협조를 받아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가요 기획사 임원 B씨도 “티켓 부정 거래가 늘어나고 수법도 교묘해져서 암표 적발에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든다”고 토로했다.

콘서트 암표 왜 잡기 어려울까 [궁금해서]
가수 성시경은 자신의 연말 콘서트 티켓을 원가보다 비싸게 파는 암표상에게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성시경 측은 공연장 인근에서 현장 판매된 티켓을 되파는 암표상들도 적발해 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에스케이재원(주), 성시경 SNS 캡처

현재 티켓 부정거래 적발은 대부분 공연기획사와 가수 소속사가 맡는다. 가수 성시경 측은 다음 달 여는 콘서트를 앞두고 암표 거래가 늘어나자 매니저가 직접 암표상에게 접근해 해당 티켓의 예매를 취소했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사이트에 ‘성시경 콘서트 티켓 판매 글을 올리지 못하게 해달라’는 공문도 보냈다. 아이유는 지난 9월 팬 콘서트를 앞두고 ‘플미’ 판매가 성행하자 이른바 ‘암행어사 전형’을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암표 거래를 제보한 신고자에게 부정 예매된 티켓을 포상으로 주는 방식이다. 뮤지컬 제작사 모티브 히어로는 암표상이 제시한 좌석 정보를 토대로 부정 거래된 티켓의 예매를 취소했다.

사정이 이러니 업계에선 고도화한 티켓 부정거래 방식에 맞춰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는 이달 초 “공연 및 경기를 주관하는 사업자는 암표 거래를 방지 및 색출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고, 관객은 정해진 티켓 가격보다 몇 배의 금액을 지출하게 되며, 가수 및 선수는 팬들의 늘어난 지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50년 전 제정된 암표 법률을 개정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했다. 법률이 ‘승차 또는 승선 시키는 곳’으로 암표 거래 장소를 특정해 온라인, SNS, 공연장 인근 등에서 거래되는 불법 티켓이 암표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앞서 국회는 매크로를 이용해 입장권을 부정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공연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내년 3월 시행을 앞뒀다. 다만 업계 반응은 회의적이다. B씨는 “지금도 예매 시작 후 7~8초 이내에 결제 완료된 티켓은 매크로를 사용해 예매한 것으로 간주해 모니터링한다. 매크로 사용을 원천 금지하지 않는 이상 근절은 어려울 것”이라면서 “암표 거래를 업무방해로 고소해도 처벌이 벌금형 등으로 약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A씨는 “매크로를 사용한 ‘플미’를 적발하더라도 ‘아옮’ ‘댈티’ 등을 어떻게 적발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는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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