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한국전력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실질적인 1순위 지명권을 사용해 트라이아웃 ‘최대어’로 평가 받던 쉐론 베논 에반스(캐나다)를 품에 안았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9일(이하 현지 시각) 튀르키예 이스탄불 엘리트 월드 그랜드 호텔에서 2025-2026시즌 구단들의 농사를 좌우할 남자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개최했다.
이번 남자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엔 총 30명이 참여했다. 드래프트에선 기존 선수와 재계약한 3개 구단을 제외한 4개 구단이 선택을 기다렸다. 현대캐피탈은 2024-2025시즌 팀의 트레블(컵대회 우승·정규리그 1위·챔피언결정전 우승) 달성에 기여한 아웃사이드 히터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즈(쿠바)와 동행하기로 했고, 대한항공은 아포짓 스파이커 카일 러셀(미국)과, KB손해보험은 안드레스 비예나(스페인)와 다음 시즌을 함께 하기로 했다.
남은 구단들인 우리카드, 삼성화재, 한국전력,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는 이날 결정됐다. 성적 역순으로 7위 OK저축은행(35개), 6위 한국전력(30개), 5위 삼성화재(25개), 4위 우리카드(20개), 3위 KB손해보험(15개), 2위 대한항공(10개), 1위 현대캐피탈(5개)에 각각 구슬이 배분됐다. 추첨 결과 지명 순서는 KB손해보험(1순위), 한국전력(2순위), 대한항공(3순위), 우리카드(4순위), OK저축은행(5순위), 삼성화재(6순위), 현대캐피탈(7순위) 순이었다.
1순위 지명권으로 비예나를 재지명한 KB손해보험의 레오나르도 아폰소 감독은 “1순위가 된 것에 대해 놀랍거나 당황스럽진 않았다”며 “지난 시즌만 봤을 때 비예나가 너무 좋은 성적 내줬다. 많이 뛰었고 국내 선수들과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을 도와주고 팀 플레이를 했다. 재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1순위에 해당하는 2순위 지명권을 얻은 한국전력 권영민 감독은 최대어인 에반스를 지명했다. 일본 1부 리그 사카이 블레이저스에서 활약한 신장 202cm의 에반스는 특유의 파워풀한 움직임으로 트라이아웃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다. 권영민 감독은 “트라이아웃 등록할 때부터 에반스를 유심히 살펴봤다. 영상도 찾아봤고 여기 올 때 에반스가 1순위였다”며 “공격적인 면과 서브, 블로킹 면에서 일본 리그에서도 잘했고, 이틀 동안 연습 경기 상황을 봤을 때도 다른 선수들보다 낫더라. 팀에 도움이 많이 될 선수다”라고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전력 엠블럼 색깔처럼 빨간색 모자를 쓴 에반스는 “오늘 유독 빨간색 모자를 쓰고 싶었다. 너무 기쁘고 흥분된다. 감사하다”며 “재계약 선수 외에 원픽이 될 거란 예상은 하지 못했다. 기대도 없었다. 드래프트 가서 열심히 제 플레이를 하자는 생각으로 하면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얼떨떨해 했다. 자신의 강점에 대해선 “블로킹, 공격 부분이 자신 있다. 서브는 좋아지고 있는 상태다”라고 웃었다.

3순위 지명권으로 러셀을 다시 지명한 헤난 달 조토 대한항공 감독은 “러셀은 득점을 비롯해 모든 부분에서 강한 선수다. 높은 레벨의 선수다. 오늘 뽑힌 4명의 선수들에게 뒤지지 않을 선수이기도 하다”라고 확신했다.
우리카드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은 4순위 지명권을 아포짓 스파이커인 하파엘 아라우죠(브라질)에게 썼다. 파에스 감독은 “행운이었다. 원하는 선수를 뽑았다. 아라우죠는 아시아에서 많은 경험이 있다. 세터 한태준과 좋은 호흡을 보여줄 수 있고 안정감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아라우죠는 “기쁘다. 우리카드에 뽑히기도 해서 좋다. 선수, 팬들과 빨리 만나고 싶다”며 “높은 타점을 이용한 공격, 블로킹이 제 강점이다. 키가 크고 점프도 자신이 있다. 다른 스킬에서도 강점이 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브라질 출신인 그에게 필립 블랑, 아폰소 등 V-리그 브라질 출신 감독들에 대해 언급하자 “그 감독님들과 같이 생활해 본 경험이 있다. 경험과 연륜이 많은 감독님들이시다. 세계적으로 빅네임 감독님들이기도 하다. 그 분들을 상대로 경기하게 될 거라 흥분되고 기대가 된다”고 했다.
5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OK저축은행 신영철 감독은 아포짓 스파이커 디미타르 디미트로프(불가리아)를 뽑았다. 신영철 감독은 “프랑스에서 직접 봤던 선수다. 에반스는 파워 있는 선수이고, 디미티로프는 파워는 떨어지지만 배구 센스가 좋다. 배구 센스를 눈 여겨 봤다. 저희 팀 구성원을 봤을 때 에반스가 와도 되고 디미티로프가 와도 됐는데 팀 구성을 많이 생각했다. 하이볼, 어려운 볼 처리 부분에서 디미티로프가 낫지 않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디미트로프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트라이아웃에 처음 참가해 스트레스도 있었는데 뽑혀서 너무 기쁘다”며 “한국 리그에 대해 많이 들었다. 수비도 탄탄한 리그로 알고 있다. 빨리 가서 적응을 잘 해보려고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6순위 지명권을 보유하고 있던 삼성화재 김상우 감독은 ‘V-리그 경력자’인 아포짓 스파이커 마이클 아히를 꼽았다.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5순위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었던 아히는 외인 최초로 주장 완장을 찼지만, 이후 발목 부상으로 아쉽게 낙마한 바 있다. 김상우 감독은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했던 상황에서 후보군에 있던 선수를 선발하게 돼 6순위이지만 만족하고 있다”며 “선수가 부상이 없어야 할 것 같다. 거기에 기대를 하고 있다. 부상 전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나 탄력적인 모습을 업그레이드하면 팀에 잘 맞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아히는 “너무 기쁘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인해 V-리그 생활이 빨리 끝났는데 때문에 이번에 한국에 다시 돌아가는 게 목표였다. 삼성화재로 가게 돼 기쁘다”고 운을 뗐다. 그에게 지난 시즌 뛰었던 우리카드와 만나게 될 상황에 대해 묻자 “당연히 잘 해보겠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현대캐피탈은 7순위 지명권을 레오와 재계약하는 데 사용했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편한 마음으로 드래프트에 임해서 좋았다”며 “레오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허수봉과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 믿고 있다. 팀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다가오는 시즌도 리그 톱 자리에 있기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계약을 한 레오와 러셀, 비예나의 연봉은 55만달러(약 7억7000만원), 다른 4명의 연봉은 40만달러(약 5억6000만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