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키 정치]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발언은 최근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동시에 비핵화의 성과가 가시화될 경우 북·미 관계 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채찍'과 '당근'을 큰 틀에서 한꺼번에 제시한 셈이다.
힐러리 장관의 발언은 북한의 대남 도발 위협에 대해 분명히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지난달 13일 미 상원의 인준 청문회 발언에 비하면 전반적인 수위가 상당히 유화적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당시 힐러리 장관은 북한이 요구한 '선 관계 정상화, 후 비핵화' 주장에 맞서 "관계 정상화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제거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한의 입장에서 보다 솔깃할 수 있는 유화책을 섞어 제시했다. 그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포기할 준비가 돼 있으면(is genuinely prepared to completely and verifiably)' 관계 정상화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지난달 요구했던 '분명한 비핵화'보다 전제조건의 문턱이 낮아진 셈이다.비핵화에 대한 보상도 관계정상화와 함께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체제로의 전환, 경제·에너지 지원까지 언급했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대북 전문가는 15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도를 더해가자, 힐러리 장관이 동북아 순방에 앞서 서둘러 대북 협상의 당근을 제시하며 북한을 달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힐러리 장관은 북한을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로 복귀시키기 위한 목표도 다시 한번 제시했다. 그는 "북한 정부가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고 종전의 핵확산금지조약 체결 상태로 복귀하기로 약속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2010년 5월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인 제8차 NPT 검토회의 전까지 북한의 NPT 복귀 약속을 이끌어내 핵무기의 비확산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미국 민주당 정권의 정책을 구체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북핵정책은 16일부터 시작되는 일본과 인도네시아, 한국, 중국 등 아시아 4개국 순방 때 관련국과의 논의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북한 역시 힐러리 장관의 이번 동북아 순방의 성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14일 "조선(북한)은 대화와 대결을 가리는 척도를 가지고 첫 아시아 외교의 성패를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힐러리 장관의 발언을 과장되게 해석하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힐러리 장관의 발언이 이전보다 다소 완화된 것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부시 전 행정부 때부터 계속 나왔던 맥락"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안의근 기자
pr4p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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