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남긴 숙제] 대립의 문화 청산하고, 사회갈등 통합해야

[노무현이 남긴 숙제] 대립의 문화 청산하고, 사회갈등 통합해야

기사승인 2009-05-31 22:3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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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정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대화와 타협, 또 무조건 '다름'을 배척하기보다 절충을 찾아나가려는 상생의 정치 문화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재임 시절 편가르기 풍토로 인해 그 누구보다 고통을 많이 당한 고인의 뜻을 받들기 위해서라도 제 세력이 '통합의 민주주의'에 한발짝 더 다가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야 정치권은 장례를 치르면서 지지층과 비지지층간에 더 격화된 적대감을 앞장 서서 누그러뜨려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적대감 가라앉히고 통합의 대화 나서야=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진보 진영과 보수 진영은 이전보다 틈새가 더 벌어지고 있다. 보수 진영에서는 피상적 정황만으로 고인의 서거를 폄훼하고 나섰다. 진보 진영 역시 울분을 절제하지 못한 채 보복의 칼날만을 앞세우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장례가 끝나기 무섭게, 서로를 헐뜯기 위한 목적의 게시물들이 횡행하고 있다. 6·10항쟁 기념일 등의 행사를 앞두고 거리에서의 충돌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국민들의 격한 감정을 다독거려야 할 정치권의 움직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야권은 31일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정치보복에 의한 억울한 죽음"임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공세를 천명했다. 여권도 정치 일정의 정상화 목소리만 키울 뿐 상실감에 빠진 많은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거리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제 세력간 대척의 모습은 고인의 유지와도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친노계 인사들조차 노 전 대통령의 서거가 사회분열을 키우는 쪽으로 비화되는데 우려하고 있다. 한 친노계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은 대화가 통하지 않는 풍토에 가장 괴로워했다"며 "지금은 한쪽은 반성하고, 다른 쪽은 용서를 해야할 때이지 주장을 늘어놓을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 역시 2007년 10월 참여정부 5년을 마무리하는 KTV와의 고별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긴요한 게 '통합'이라고 강조했었다. 당시 그는 "투명성과 공정성, 법치만으로 성숙한 민주주의가 이뤄지지 않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고, 그러면서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결론을 하나로 모아나가는 과정이 이뤄질 때라야 비로소 민주주의의 통합적 기능이 발휘될 수 있다. 이 부분에 관한 한 우리는 초보적 수준이 아니라 부재의 수준이다"고 아쉬워했다.

◇노무현의 정치유산=노 전 대통령은 때로는 '독한 발언'으로 반대 진영의 격한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옳지않다고 판단하면 가차없는 논리로 반대파를 공격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남겨놓은 주요 정치적 유산들은 '사회통합'이라는 가치로 귀결되고 있다고 그의 지지자들은 주장한다.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지역주의 청산' 노력이 그 대표적이다. 자신을 가장 많이 비판한 세력인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제안한 것도 지역주의 탈피와 상생의 정치를 위한 결단이었다고 임기 말에 고백한 적이 있다. 재임 중 교섭단체도 아닌 민주노동당을 자주 청와대로 불러,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했던 것도 소수에 대한 배려의 정치였다.

또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일련의 양극화 해소 노력 역시 서로 다른 계층들간의 통합을 이루고 적대감을 줄이려 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평가가 있다. 논란은 있지만, 국가균형발전방안이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역시 '고른 발전'으로 혜택을 나누자는 취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자주 설화(舌禍)를 일으켰지만, 서로를 헐뜯는 논쟁이 아니라면 많이 할수록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7년 대선이 한창일 때 측근들과 얘기를 나누면서도 "논쟁이 필요하다. 단 대결주의 정치 문화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냐하는 논쟁, 또 어떻게 하면 타협의 정치를 이룰 수 있을까 하는 논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취지를 계승해 정치권도 '포스트 장례' 이후의 분열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금처럼 분열을 키우는 아젠다를 이슈화하거나 언쟁을 벌일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유산을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통합적 논제'들을 전면에 내세워 건강한 논쟁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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