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민주당이 12일 국회 등원을 전격 결정한 것은 직권상정의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등 쟁점 법안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위한 전술적 선택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등원 결정은 국회 안에서의 3차 입법 전쟁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의 등원 선언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압박에 영향을 받은 측면이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13일 이후 미디어법 처리 방침을 공언하고, 자유선진당과 친박연대 등도 여당과 뜻을 같이할 의향을 내비친 데에도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물리적으로 직권상정과 강행처리를 막는데 한계가 있어 일단 급한 불 끄기 차원에서 등원 카드를 꺼낸 것으로 분석된다.
원내대표단 핵심 관계자도 "국회의장이 본회의장 봉쇄와 상임위 보이콧을 명분으로 직권상정할 것이란 정보가 속속 들어왔다"며 "등원 거부 투쟁만 벌였다가 결국 쟁점법 통과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등원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등원 결정 회의에 참석한 다른 관계자도 "직권상정-쟁점법 강행 처리-여권의 국면 전환 인사 및 개헌 또는 지방 행정 개편 등의 국면 전환책 발표가 이어진 뒤 휴가 시즌이 찾아오면 쟁점법 논란은 한동안 잊혀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며 "그럴 바에야 들어가서 저지에 성공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등원 결정을 주도한 정세균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 모두 "쟁점법을 막아낼 활동을 하기 위한 등원"이라고 규정한만큼 남은 임시국회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임시국회를 2주 더 늘려 대정부질문과 여야 원내대표 연설 등을 충실히 하고, 미디어법도 충분히 논의한 뒤 처리하자고 제안해놓은 상태다. 반면 한나라당은 예정대로 6월 임시 국회를 25일까지만 운영하고, 이 기간 내 미디어법을 처리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야가 의사 일정 합의하는데 진통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일정에 합의해도 본회의장과 상임위장 곳곳에서 여당의 '속전속결' 처리 방침과 야당의 '시간끌기' 전술이 충돌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전격 등원을 '지연 전술'로 보고 있다. 따라서 쟁점법안을 강행처리 할 가능성이 있다.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임시국회가 열흘 남은 시기에 갑작스러운 등원을 결정한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한나라당은 원내대표 연설과 대정부질문을 생략하고 민생법 처리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엄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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