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회고록이 21일 출간됐다. 세상에 던지는 그의 마지막 메시지다. 책 제목은 '성공과 좌절'(학고재)이다. 글을 쓰던 중 서거해 미완성 회고록이다. 유서의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 부분에서 언급한 '글'이 바로 이 회고록이다.
그는 "임기 내내 나라를 파탄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싸우느라 정작 정치를 하면서 이루고자 한 목표들은 좌절됐다"고 언급했다. 특히 "시민으로 다시 한번 성공하려 했더니, 결국 피의자가 됐고 부끄러운 사람이 돼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수신제가를 못했다면서 '사죄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회고록을 쓸 당시만 해도 법정 투쟁을 벌여나가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사법 절차의 결정을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부끄러운 시민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려 했던 게 인생의 큰 오류였다"고 회고했다. 또 "오히려 역사를 움직이려면 대통령보다 돈과 언론 등 권력 수단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안 했으면 꽤 괜찮은 지식인으로 살아갔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보수 언론사들을 거론하며 '사회의 흉기'라고 말했고, 아들 건호씨의 검찰 출두 모습을 본 뒤에는 "카메라도 흉기가 되더라"고 회고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6년 남북정상회담 때 만난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에 대해 "북쪽에서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유연하게 느껴진 사람"이었다고 회고했다. 또 당시 김 위원장이 체류 연장을 요구하며 '그거 결정 못합니까?'라고 묻자 '큰 건 내가 결정해도, 작은 건 내가 결정 못합니다'라고 대답한 배경도 설명했다. 그는 "그 답을 두고 상당히 전략적인 대답이라고 해석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평소 습관을 그대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사실대로 이야기했는데, 뒤에 보니까 그 대답이 제법 괜찮은 대답이더군요"라고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역 분열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지만 세계에 자랑할 만한 국보급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선 "1987년 민주화 투쟁까지는 DJ 못지않은 정치적 업적이 있었는데 3당 합당으로 다 망쳤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겨냥, "정수장학재단은 장물이며 장물 주인이 정권을 잡겠다는 상황까지 왔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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