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후보는 전날 안 후보가 밝힌 국회의원 정원 감축과 정당 국고보조금 삭감, 중앙당 폐지·축소 등 정치쇄신안을 문제삼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안 후보는 즉각 반박했다. 여론 지지율 2, 3위 후보 간 대결로 대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이 충돌은 단일화를 앞둔 기 싸움일 수 있다. 단일화의 ‘조건’처럼 돼 버린 정치쇄신 문제여서 양쪽 모두 강한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정치 철학의 차이로 드러날 경우 단일화 협상에 큰 걸림돌이 될 문제다. 쇄신 범위에 대한 시각차가 조기에 좁혀지지 않는다면 단일화가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이번 논란은 야권 지지층의 표심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문 후보는 오전 10시 영등포 당사에서 부패척결 관련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며 안 후보의 쇄신안을 비판했다. ‘의문’이라는 단어를 세 차례나 사용했다. 치열했던 경선 때도 상대 후보 비판을 자제했던 그가 “새 정치를 위해선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지만 안 후보의 방안에 저는 선뜻 찬성하기 어렵다”고 포문을 열었다. 문 후보는 “안 후보 안이 바람직한지 의문이고, 정치를 발전시키는 방안인지도 의문이며, 국민과 정치인의 동의를 모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공보단장과 진성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안 후보 안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후보의 발언이 나온 지 1시간 뒤 안 후보는 서울 남산 청어람아카데미에서 열린 ‘청년 알바’ 간담회에서 반격에 나섰다. 그는 “제 개혁안에 대한 반응을 보면서 국민과 정치권의 생각에 엄청난 괴리가 있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이어 “내년에 굉장히 힘들어지는 상황이 전개될 텐데 누군가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양보해야 한다”며 “정치권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고통 분담을 요구할 수 있다. 왜 국민이 정치권에 실망하고 있는지 정치권이 엄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민영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기득권의 반발은 예상했던 일이다. 국민과 기성정치의 괴리를 다시 느꼈다”고 날을 세웠다.
문 후보 캠프는 이번에 ‘아마추어 철수’를 부각시킬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한다. 반면 안 후보 측은 ‘새 정치’와 ‘구태 정치’의 구도로 단일화 국면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재료라고 보는 듯하다. 때문에 양측의 충돌은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김아진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