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새 원내대표에게 비상대책위원장을 겸임할 권한이 부여돼 있었지만 박 원내대표는 할 일이 많은 정권 출범 시기여서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의 ‘투톱’ 체제가 필요하다며 1월 초에 비대위원장을 다시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친노·주류 심판=박 원내대표는 재적의원 127명 중 124명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된 원내대표 결선투표에서 63표를 얻어 58표에 그친 신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앞서 3파전으로 전개된 1차 투표에서는 박 원내대표와 신 의원이 똑같이 47표를 얻어 결선투표에 진출했다. ‘친노·주류 심판론’을 들고 나온 비주류 측 쇄신모임 소속의 김동철 의원은 1차 투표에서 29표를 얻어 탈락했지만 그를 지지한 표가 결선투표에서 박 원내대표에게 쏠렸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철저한 반성과 처절한 혁신, 또 대선 평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민주당은 새로운 당을 만드는 수준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 당은 더 이상 계파가 없을 것이며 오늘이 계파 갈등의 마지막 날”이라고 선언했다.
대진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박 의원은 17대 때 국회에 입성했으며, 열린우리당 사무총장, 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 18·19대 국회 원내수석부대표를 역임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 사퇴 이후 원내대표대행을 맡아왔다. 혈기왕성한 스타일에 추진력이 뛰어나고 여야 간 협상을 중시하는 합리파로 통한다.
◇비주류, 당권 탈환할까=박 원내대표는 이른 시일 내에 중진들의 의견을 수렴해 비대위원장 선출안을 마련키로 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의 표심이 ‘주류 심판’이어서 비대위원장 역시 비주류 또는 중립파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중진들은 전날까지도 비주류인 김한길 전 최고위원을 원내대표 겸 비대위원장으로 합의추대하려 했으나 신 의원이 출마를 강행해 관철시키지 못했다. 따라서 김 전 최고위원을 재차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이 아니라도 주류 세력이 다시 당권을 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친노계 및 ‘486 의원’이 주축인 주류가 표 대결에서 더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한 데다 대선 이후 민주당 지지층의 친노 거부감이 더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명숙 대표, 6월 이해찬 대표, 9월 문재인 대선후보 배출 등 당내 패권 다툼에서 연승 행진을 펼쳐온 친노 및 주류 세력은 당분간 당권에서 밀려나 긴 동면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백민정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