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비대위는 “사과만 하지 말고 실천할 것을 내놓으라”는 당내 비판에도 불구하고 전날 광주에 이어 부산·경남(PK) 지역에서 두 번째 ‘회초리 투어’에 나섰다.
문 위원장은 16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지난 대선에서 문 전 후보에게 큰 사랑을 베풀어주셨는데도 선거에서 졌다”고 말한 뒤 벌떡 일어나 “사죄와 참회의 반절을 올리겠다”며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이어 “최대한 빨리 대선평가위원회,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정치혁신위원회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회의에서 장영달 경남도당위원장은 “사적 계보가 당을 장악하려 하는 문화와 전쟁하다시피 싸워야 한다. 이번 비대위의 책무가 거기에 있다”고 친노(親盧·친노무현)계를 비판했다.
지도부는 부산 민주공원에서도 이번 비대위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사죄의 삼배(三拜)’를 올렸고, 한진중공업 천막농성장을 찾아서도 “대선에 져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사과했다. 문 위원장은 김해의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에는 “노무현 정신은 어디로 갔는지 남은 것은 친노니 비노니 반노니 싸움만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런 사이 재선의 정청래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회초리 투어에 대해 “회초리 때릴 사람도 안 모인 것 아니냐”며 “삼배하고 그러던데 이게 이벤트성 쇼다. 몇 년 동안 구태의연하게 반복돼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차라리 어디 공사현장 가서 일하는 게 낫다”고 했다. 정 의원은 당 노선과 관련해 “모바일 투표를 폐지한다거나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 소유의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하겠다는 목소리가 있던데 그러다보면 문 전 후보를 찍은 48%도 떠 나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선의 민병두 의원은 자료를 내고 “반대 중심의 ‘선명 야당’은 군사독재의 잔재”라며 “박근혜 정부의 좋은 정책은 민주당이 먼저 당론으로 지원하는 등 ‘민생대안 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립성향 중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당이 특정 이념을 지키는 ‘이념형 정당’의 길을 갈지, 아니면 ‘집권당 전략’으로 갈지를 선택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