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 롯데의 경기에서다. 롯데 황재균이 친 볼이 넥센 투수 한현희(20)의 글러브 사이에 꼈다. 당황한 한현희가 아무리 잡아 빼려고 해도 글러브 가죽 사이에 꽉 박힌 공은 움직이지 않았다.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자 한현희는 ‘공이 낀 글러브’를 1루수 박병호에게 던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한현희가 있는 힘을 다해 던진 글러브는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1루 베이스 한 참 앞쪽에 나뒹굴었다. 공은 여전히 글러브 속에 머물렀고 황재균은 여유 있게 1루 베이스를 밟았다. 1루심은 고민할 여지도 없이 세이프 신호를 했고 전광판에 실책으로 기록됐다.
한현희로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상황을 돌려보면 더욱 그렇다. 0-2로 뒤지고 있던 롯데의 8회초 공격. 넥센의 염경엽 감독은 7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한 브랜드 나이트를 내리고 필승조 한현희를 마운드에 올렸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아슬아슬한 리드라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상대는 롯데의 톱타자 황재균. 한현희는 배짱 좋게 초구 스트라이크를 넣었다. 위력적인 공이었지만 잘 맞았으면 장타가 날 법한 공이었다. 이어 두 번째 볼이 날아가자마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황재균이 받아친 공이 크게 바운드가 되면서 투수 한현희의 글로브 속으로 빨려들었다. 순발력 있는 호수비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한현희는 그냥 공을 던지기만 하면 아웃카운트 1개를 잡을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한현희는 글러브에서 공을 꺼내지 못해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기가 막힌 한현희는 공을 뽑는 것을 포기하고 아예 글러브채로 1루로 던지고 말았다.
만약 ‘공이 낀 글러브’가 황재균의 발보다 먼저 박병호에 손에 들어왔다면 좀 이색적이긴 평범한 ‘투수 송구아웃’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주자가 먼저 1루를 밟아 세이프가 됐기 때문에 ‘송구 실책’이 되고 말았다. 한현희로서는 글러브가 원망스러워도 어쩔 도리가 없을듯하다. 다행히 1점만 내주고 경기를 잘 마무리했으니까 말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