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진화하는 복막투석…“접근성 제고 위한 제도 개선 필요”

디지털로 진화하는 복막투석…“접근성 제고 위한 제도 개선 필요”

국민 8명 중 1명 만성콩팥병…만성질환 증가 영향
재택치료 가능한 ‘복막투석’, 원격으로 맞춤형 관리
낮은 수가에 이용 발목…“제도적 한계로 이용 제한”

기사승인 2025-04-16 18:25:43
김용철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밴티브코리아 국내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투석 치료의 동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선혜 기자

최근 디지털 기술이 신장 투석 치료에 접목되면서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개선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지만,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 중심 치료 환경이 자리 잡기 위해 수가 개선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김용철 서울대학교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밴티브코리아 국내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디지털헬스 기술의 개발로 만성 콩팥병 투석 환자의 재택 관리를 효율적이고 비용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며 “과거에는 의사가 투석 종류를 결정했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환자가 중심이 되는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다.

만성 콩팥병은 콩팥(신장)에 손상이 있거나, 콩팥 기능을 가늠하는 사구체 여과율이 60 미만으로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국내 만성콩팥병 환자는 2010년 5만8860명에서 2023년 13만7705명으로, 13년 사이 약 2.3배 증가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만성콩팥병 유병률의 상승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민 8명 중 1명이 만성 콩팥병을 앓고 있다.

만성 콩팥병은 초기엔 뚜렷한 증상이 없다. 말기로 진행될수록 구토, 폐 부종으로 인한 호흡 곤란 등이 심해진다. 이어 콩팥 기능을 대신할 신대체 요법이 필요할 수 있다. 신대체 요법으로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이 대표적이다. 혈액투석은 혈액을 외부로 빼내 인공 신장기를 통해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한 뒤 정화된 혈액을 다시 몸속으로 되돌려 보내는 치료다. 보통 일주일에 3번, 한 번에 4시간씩 치료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환자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제한적인 일상생활을 보낸다.

복막투석의 경우 복막관을 복부에 삽입해 투석액을 주입하고, 복막으로 노폐물과 수분을 제거한 후 투석액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환자가 매일 스스로 투석액을 교체해야 하지만 병원 방문 횟수가 적고,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다. 50대 직장인이자 만성콩팥병 환자 A씨는 이날 간담회에서 공유된 영상을 통해 “혈액투석을 받을 땐 직장생활을 포기해야 했는데, 복막투석을 시작한 이후 일상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밴티브코리아가 개발한 디지털 환자 관리 플랫폼. 환자는 앱을 통해 투석 데이터를 직접 입력하고 관리하면서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박선혜 기자

최근 복막투석의 여건은 밴티브코리아가 개발한 디지털 연결 기술로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밴티브코리아는 자동복막투석(APD) 시스템과 디지털 환자 관리 플랫폼을 결합해, 의료진이 자동 전송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의사결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환자는 앱을 이용해 투석 데이터를 직접 입력하고 관리하면서 치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24시간 상담 서비스가 이뤄지며, 투석액을 집까지 배송하는 등 환자 편의성이 강화됐다.

김 교수는 “복막투석은 병원 방문 횟수가 적다 보니 환자가 제대로 치료를 받고 있는지 모니터링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인터넷 단자를 복막투석 기계에 연결하면 의료진의 원격 관리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에게 맞춤형 관리를 제공하고 이동 및 치료 시간의 유연성을 보장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복막투석과 재택의료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연계한다면 환자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복막투석을 받는 환자의 비율이 여전히 낮은 상태다. 제도를 개선해 이용률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대한신장학회에 따르면 국내 복막투석 환자는 약 5%에 불과하다. 정부는 2019년 12월부터 ‘복막투석 환자 재택관리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복막투석 환자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김 교수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진료비는 비슷하고 사망률도 큰 차이가 없다. 복막투석은 불필요한 이동을 줄이고 직업도 유지할 수 있는 만큼 사회경제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복막투석에 대한 홍보 부족과 낮은 수가 등 제도적 한계로 인해 환자 수가 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말기 콩팥병 환자가 자신의 상황에 맞는 치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복막투석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밴티브코리아는 지난 2월 박스터 신장사업부에서 분사한 독립기업으로, 세계 최초로 상업용 인공신장과 복막투석 용액을 출시했다. 향후 다장기(Multi-Organ) 치료 시스템을 구축하고 패혈증, 장기부전을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개발할 계획이다. 임광혁 밴티브코리아 대표는 “생명을 유지하는 장기 치료의 표준을 높이고, 전 세계 환자들이 풍요롭고 연장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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