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과학]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예상 밖 부작용"… KAIST 이나래 교수 실증

[쿠키과학]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예상 밖 부작용"… KAIST 이나래 교수 실증

미국 제조시설 온실가스· 유해물질 배출 분석
탄소배출권 비용부담에 유해폐기물 처리 축소
납, 다이옥신, 수은 등 독성물질 배출 40% 증가

기사승인 2025-05-09 14:22:01
미국 켈리포니아주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의 영향을 받는 제조시설과 탄소배출 변화. 점과 삼각형은 각각 탄소배출거래 제도의 적용을 받는 제조시설(점)과 적용을 받지 않는 제조시설(삼각형)의 위치를 나타낸다. 각 캘리포니아 카운티의 색상 음영은 배출권 도입 전(2010~2012년)과 도입 후(2013~2018년) 사이의 해당 카운티 평균 연간 독성물질 배출량의 변화를 백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KAIST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상한을 설정하고, 기업은 이를 목표로 감축을 위해 노력하거나 이룰 수 없을 경우 초과 배출량을 구매토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탄소배출 감소를 유도한다.

KAIST 기술경영학부 이나래 교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가 온실가스 감축에는 기여했지만 예상치 못한 다른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고 9일 밝혔다.

미네소타주립대 아심 카울 교수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연구는 2010~2018년 미국의 대형 제조시설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및 유해물질 배출량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탄소배출권제도 적용을 받은 시설이 탄소배출권 거래에 따른 비용 부담으로 유해폐기물 처리활동을 축소하면서 납, 다이옥신, 수은 등 독성물질 배출이 최대 40%까지 증가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공정 마지막 단계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을 처리하는 'end-of-pipe' 시설이나, 환경감시가 약한 지역, 독성도가 낮은 화학물질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반면 이런 부작용은 공정단계에 근본적으로 독성물질 생성을 줄이는 기술을 도입한 기업이나 환경감시가 활발한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는 기업이 규제비용과 외부감시 정도에 따라 환경 대응전략을 선택적으로 조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교수는 “탄소감축제도는 온실가스 발생량 자체를 규제하는 정책으로, 기업이 여기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다른 환경 부문을 희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사회적 목표 간 상충을 정교하게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함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지난달 22일 ‘매니지먼트 사이언스(Management Science)’에 개제됐고, 논문은 KAIST 오픈 액세스 출판지원을 통해 누구나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이재형 기자
jh@kukinews.com
이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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