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경험 전수에 의존하는 전담간호사…“‘부실 교육’에 환자 피해 우려”

선배 경험 전수에 의존하는 전담간호사…“‘부실 교육’에 환자 피해 우려”

다음달 간호법 시행…진료지원업무 범위 ‘깜깜이’
“과한 업무 떠넘긴 것 모자라 교육마저 현장 전가”
간협이 총괄하는 업무 교육 제시…“전문성 접목”

기사승인 2025-05-19 15:17:06
최훈화 대한간호협회 정책전문위원이 19일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간호사 진료지원 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신대현 기자

간호법 시행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담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규정한 하위법령은 아직 마련되지 않아 의료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간호사들은 교육 없이 의사의 고유 업무까지 떠안게 될 수 있다며 불안해하고 있다. 자칫 환자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체계적 교육과 자격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는 간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복지부는 오는 6월4일까지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으로 교육기관 지정, 운영체계, 자격 기준 및 진료지원 행위 범위 등을 담은 ‘간호사 진료지원 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안’을 논의하고 있다. 간호사 처우 개선과 역량 강화 등을 위해 지난해 9월20일 제정된 간호법은 6월21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전담간호사(PA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서 특수검사나 시술 등 의사 업무 중 일부를 의사의 지시·감독 하에 대신 수행하는 인력이다. 의료법상 전담간호사는 별도 규정이 없는 탓에 그동안 불안정한 지위에서 업무를 해왔다. 대한간호협회(간협)에 따르면 전국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3300여곳에서 진료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간호사는 4만여명에 달한다.

간호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전담간호사의 진료지원 업무 범위 등은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간호사의 진료지원 업무 교육기관 운영 주체는 병원 등 의료기관으로 설정하는 안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 상황별로 다른 진료지원 업무 교육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경우 간호사와 환자들의 피해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진다.

간협은 이날 서울 중구 간협 서울연수원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추진 중인 ‘간호사 진료지원 업무 수행에 관한 규칙안’은 전담간호사의 전문성과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경림 간협 회장은 “선임 전담간호사가 신입 전담간호사에게 단순히 경험을 전수하는 방식의 교육이 이뤄지고 있을 뿐”이라며 다수 병원에서 체계적 교육 과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짚었다. 신 회장은 “정부는 그간 전담간호사에 대한 관심이 없었고, 의료기관이 알아서 교육·업무를 시키도록 방치해 왔다. 의사들도 전담간호사 교육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정부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간호사에게 과도한 진료지원 업무를 떠넘겨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교육마저 현장에 전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진료지원 업무는 단순한 의사 업무 보조가 아니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임상 상황에 즉각 대응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다”라며 “단순 실무 경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며, 충분한 이론 교육과 실습을 기반으로 한 체계적 교육과 자격체계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간협은 간호사 진료지원 업무 교육을 간협이 총괄할 것과 진료지원 업무 분야 구분 및 자격 부여를 현장 수요와 전문성에 기반해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간호사 진료지원 업무 관련 교육은 의료기관이 아닌, 간호 실무와 교육에 전문성을 가진 간협이 총괄해야 한다”면서 “간협은 간호연수교육원을 통해 전문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보수교육기관 평가와 자격시험 관리 등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간협이 표준화된 교육 과정 메뉴얼을 배포하면 각 의료기관이 메뉴얼에 따른 교육계획서를 제출하고, 간협의 심사·승인을 거쳐 해당 기관에서 전담간호사를 교육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진료지원 업무 구분과 자격 부여에 대해선 “현장 수요와 전문성을 바탕에 두고 설계해야 한다”며 “정부는 전담간호 분야 구분을 없애고 공통·심화·특수 업무로 단순화하려 하는데,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접근이다. 분야별 자격 기준 마련과 업무 범위의 명확한 고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간협은 정부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오는 20일부터 무기한 1인 시위를 예고했다. 26일부터는 매주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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